배 속 시한폭탄 ‘복부 대동맥류’, 암·치매 위험 높인다

입력
2022.09.2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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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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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 대동맥류(大動脈瘤ㆍaortic aneurysm)는 복부 내 대동맥 벽이 약해져 대동맥(지름 2㎝)이 1.5배 이상 늘어나는 질환이다.

그런데 ‘배 속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복부 대동맥류는 암은 물론 치매와 우울증 발병 위험까지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공동 연구팀(황정기, 김미형, 조형진)은 복부 대동맥류가 암ㆍ치매 발병에 미치는 영향력을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2009∼2015년 복부 대동맥류 진단을 받은 환자 1만4,920명과 나이·성별이 일치하는 건강한 성인 대조군 4만4,760명을 비교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복부 대동맥류 환자는 비교 대상으로 삼은 50여 개 암 가운데 간암ㆍ췌장암ㆍ폐암 발병 위험도가 정상 대조군보다 각각 38%, 43%, 39% 높았다.

또 복부 대동맥류 치료를 위해 스텐트 삽입술을 받은 환자에게서는 혈액암 일종인 백혈병 발병 위험이 3.84배 높아졌다.

복부 대동맥류는 환자의 정신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복부 대동맥류 환자군의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과 혈관성 치매 위험도가 정상군보다 각각 38%, 78%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또 우울증 발병 위험도 대조군보다 40% 높았다.

조형진 임상강사는 “혈액암 위험이 높은 건 대동맥류 치료를 위해 복부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하면서 이뤄진 방사선 피폭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황정기 교수는 “국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복부 대동맥류와 특정 질환 발생의 연관성을 처음 규명함으로써 조기 진단과 치료의 중요성을 밝힌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복부 대동맥류 치료 과정과 치료 후 경과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복부 대동맥은 복부에 있는 가장 큰 혈관이다. 심장에서 복부로 내려오는 이 혈관을 통해 혈액이 각각의 장기로 공급된다.

복부 대동맥이 여러 가지 이유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 복부 대동맥류다. 계속 부풀다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터지게 된다. 전체 환자 중 50% 정도가 병원 도착 전 사망할 정도로 매우 위험하다. 복부 대동맥류는 흉부 대동맥류보다 9배 더 잘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복부 대동맥류 발생 원인은 다양하지만, 혈관 내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막히는 ‘죽상(粥狀)동맥경화증’으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가장 많다. 주요 위험 인자는 고혈압ㆍ이상지질혈증ㆍ흡연ㆍ감염 등이다. 가족력도 발병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부모가 복부 대동맥류를 앓았다면 미리 검진할 필요가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최근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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