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전 총리 "위안부·강제징용 논의 중단하면 안 돼"

입력
2022.09.24 23:00
수정
2022.09.25 1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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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진도 왜덕산 위령제 참석해 추모사
"일본 역사적 사실 부정 말고 사죄해야"
다음 달 6일에는 전남대 강연과 5·18민주묘지 참배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24일 오전 전남 진도군 고군면 왜덕산 위령제에 참석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24일 오전 전남 진도군 고군면 왜덕산 위령제에 참석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24일 전남 진도의 왜덕산에서 “사죄는 고통받은 이가 ‘이제 그만해도 됩니다’라고 말할 때까지 해야 한다”고 밝혔다. 왜덕산은 임진왜란 당시 명량해전에서 전사한 일본 수군들의 유해가 안장된 장소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왜덕산에서 열린 위령제에 참석해 “일본이 과거 한국을 침략해 고난의 역사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 있었고, 전쟁으로 상처 입은 이들을 위로하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왜덕산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한국과 일본의 모든 사람들이 소중히 여길 때 두 나라의 미래는 좀 더 밝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순신 장군이 압도적 승리를 거둔 명량해전 직후 숨진 일본 수군 시신이 해안으로 밀려오자, 주민들이 100여 구의 시신을 묻어준 곳이 왜덕산이다. '왜인들에게 덕을 베풀었다’는 의미에서 왜덕산이란 이름이 붙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24일 전북 정읍시 태인 3·1운동 기념탑을 찾아 헌화를 하고 있다. 정읍=뉴스1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24일 전북 정읍시 태인 3·1운동 기념탑을 찾아 헌화를 하고 있다. 정읍=뉴스1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오후에는 전북 정읍시청에서 열린 ‘세계평화 및 한일 문화 경제협력 교류 특별강연’에 참석해 한일 관계에서 일본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일본이 무한책임의 자세를 가진다면 한일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일 관계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일본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어 “일본은 위안부와 조선인 강제 징용 문제 등에 대해 더 이상 논의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일본이 과거 전쟁을 일으키고 식민지화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지 말고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읍 태인 3·1운동 기념탑에서 헌화도 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다음 달 6일 광주광역시를 찾는다. 전남대 개교 70주년 행사를 맞아 열리는 용봉포럼에 연사로 참석해 '우애에 기반한 동아시아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이에 앞서 전남 나주 학생독립운동기념관과 남파고택 등을 방문하고,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참배할 예정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2009년 야당인 민주당 소속으로 일본 역사상 최초 단독 정당에 의한 수평적 정권 교체를 이뤄낸 인사이며, 일본 내 대표적 친한파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는 2015년 8월 12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방문해 과거 유관순 열사가 수감됐던 감방에 헌화한 뒤, 광장에 마련된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고, 2018년에는 경남 합천에서 원자폭탄 피해자를 만나 역시 사죄를 했다. 한일 과거사 문제에 있어 일본의 사죄와 책임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진도=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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