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재 기업이 문과생 뽑아 엔지니어로 키운다? 포스코케미칼의 특별한 실험

입력
2022.09.23 05: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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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통섭 인재 채용' 전형 진행
다음 달 11일까지 지원서 접수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포항공장 조감도. 포스코케미칼 제공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포항공장 조감도. 포스코케미칼 제공


배터리 소재기업 포스코케미칼이 문과생을 뽑아 엔지니어로 키우는 채용 실험을 펼친다. 서로 다른 걸 한데 묶어 새로운 것을 잡는다는 뜻을 담은 '통섭(統攝)형 엔지니어'를 키워낸 뒤 해외 사업장에 보내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케미칼이 인문·사회 전공자를 엔지니어로 선발하는 '글로벌 통섭 인재 채용' 전형을 실시한다고 22일 밝혔다. 인문·사회·자연과학·공학적 지식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를 선발, 기술·전략·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로 육성하겠단 계획이다. 포스코케미칼에서 문과생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채용은 이번이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뽑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년 사이 매출과 규모 면에서 빠른 성장을 이룬 포스코케미칼로선 앞으로 더 많은 인재 채용이 필요한데, 인력 풀이 넓지 않은 점이 고민스러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포스코케미칼은 미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캐나다에 양극재 공장을 짓고, 북미·유럽 지역 신규 고객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수주를 확대하는 등 국내외 사업을 꾸준히 키우며 수시 경력 채용과 대졸 신입 공채 등을 진행해 왔다.

그런 상황에서 공학도를 선호해 온 기존 관행을 깬 배경으로는 배터리 소재 분야의 사업 영역을 본격적으로 해외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가장 먼저 꼽힌다. 이미 포스코케미칼이 나가있는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 현지 문화와 지정학적 이해를 잘 할 수 있는 인력이 갈수록 절실해질 거란 판단에서다. 포스코케미칼이 "직무 능력이 검증된 직원에게는 먼저 해외 파견 근무 기회를 줄 방침"이라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파격적 채용 실험에는 포스코케미칼 경영진의 뜻도 매우 강했다고 한다. ①공학도 위주로 뽑았을 때 인력 확보 대상 범위가 좁아지는 현실적 문제가 커지는 상황에서 ②언어를 비롯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가 꼭 필요해 졌고 ③배터리 소재 부문 인력 육성을 해낼 수 있는 사내 인사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도 어느 정도 있었기에 실행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최종 합격자는 배터리의 원리, 제조 공정, 최신 연구 동향 등 이차전지 관련 전문 교육을 받고 맞춤형 현장 실습을 수행한 뒤 현장에 배치될 예정"라며 "이번 전형의 접수는 다음 달 11일까지로 서류 심사와 인적성검사(PAT), 1·2차 면접순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인문사회계열 전공자 중 영어, 불어 등 어학 우수자가 채용 대상이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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