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대' 강조하면서 북한 언급 안 한 尹 대통령

입력
2022.09.22 04:30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에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카타르 군주 (에미르)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니의 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취임 이후 처음 제77차 유엔총회에 참석해 자유와 연대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연설은 취임사와 광복절 축사에서 강조한 자유의 글로벌 확장판이었다. 윤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북한과 남북관계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회원국 정상 다수가 참석한 이번 유엔총회는 전쟁과 지구온난화 등 국제위기가 의제로 부상했다. 윤 대통령도 경제·안보의 복합위기로 국제사회의 자유와 평화가 위험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힘에 의한 현상변경과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인권의 집단적 유린을 위기로 들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유엔 회원국이 연대해 자유라는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연설로 7차례 박수가 나오긴 했으나 힘과 구체성이 담보되지 않은 자유와 연대가 공허한 것도 사실이다.

윤 대통령의 연설 내용보다 관심을 끈 것은 북한에 대해 침묵한 부분이다. 역대 대통령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5년 내내 유엔 무대에서 북한 문제를 각인하려 한 것과는 많이 다르다. 윤 대통령 연설을 비중 있게 다룬 뉴욕타임스도 어느 나라도 거론하지 않은 사실에 주목했다.

윤 대통령이 북한과 북핵을 다루지 않은 정확한 의도나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넓게 보면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인권문제를 언급한 것도 간접적 대북 메시지에 속한다. 자유에 바탕을 둔 국제사회 연대라는 거시적 메시지도 보기에 따라 대북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대통령실 측은 새로운 대북제안인 ‘담대한 구상’을 이미 발표해 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윤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에 북한이 정면 거부한 점에서 전략적 침묵을 선택한 셈이다. 윤 대통령이 북한에 집착했다며 문 정부를 비판한 점도 고려됐을 법하다.

분단국 한국은 북핵 문제를 국제사회에 환기해 비핵화에 대한 지지를 확인할 필요가 어떤 요인보다 크다. 유엔 무대에서 북한 이슈를 해석의 영역으로 남겨둔 게 적절한지는 고민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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