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사건 피해자 유족 "피해자 향한 악플, 같이 숨쉬는 시민들 맞나"

입력
2022.09.2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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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큰아버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출연
이상훈 서울시의원에도 "드잡이하고 싶은 심정"
"전주환 소름 끼쳐... 서울교통공사도 책임"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신당역 살인사건' 피해자 B(28)씨의 빈소 전경. 강지수 기자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신당역 살인사건' 피해자 B(28)씨의 빈소 전경. 강지수 기자

서울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피해자 유족인 큰아버지가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악성 댓글과 이상훈 서울시의원의 발언 등을 비판하며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에 응한 유족 A씨는 이날 "기사를 찾아보면 한두 개씩 악성 댓글이 나온다"면서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듯한 표현인) 한녀, 한녀 하면서 한녀가 죽는데 무슨 이유가 있느냐, 이런 식으로" 댓글이 달린다고 밝혔다. 그는 "정말 같이 이렇게 숨 쉬고 있는 시민들이 맞나,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이 맞나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상훈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의 "좋아하는데 그걸 안 받아주고 하니까 여러 가지 폭력적인 반응을 남자직원이 한 것 같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그는 "정말 드잡이라도 하고 싶다"면서 "일반 시민이 해도 말이 안 되는 얘기인데, 정책을 다루는 시의원 입장에서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게 한편으로는 측은한 생각이 들고 한심할 뿐"이라고 말했다.


17일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오가는 시민들이 피해자를 애도하고 있다. 뉴스1

17일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오가는 시민들이 피해자를 애도하고 있다. 뉴스1

A씨는 이런 '피해자 책임'을 찾고 있는 반응의 원인이 사건이 알려진 초기 선정적 보도 때문이라고 보기도 했다. 그는 "초기에 언론에서 약간 왜곡된 보도를 했다. 둘이 사귀다가 무슨 깊은 관계까지 가서 그 깊은 관계를 가졌던 영상을 확보하고 얘가 그걸로 협박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성 보도가 나왔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이런 보도에 항의해 기사가 수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어디에서도 아직까지 그런 부분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그런 보도를 하면서 일반적인 사람들이 그런 선정적인 상상 내지는 인식으로 인해서 그런 망언이 나올 수밖에 없었지 않나"라고 말했다.

실제 이런 추측성 기사가 나온 이후 남성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불법촬영 무고에 대한 보복살인"이라는 등 해당 사건을 완전히 사실과 다르게 묘사하는 주장이 종종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 집안에 걱정 끼칠까 봐... 협박 등 혼자 해결하려 했던 것 같아"

'신당역 살인사건' 피해자 B(28)씨가 생전 기르던 화분들. B씨 동생은 "언니가 꽃 가꾸는 걸 좋아했다"고 말했다. 유족 제공

'신당역 살인사건' 피해자 B(28)씨가 생전 기르던 화분들. B씨 동생은 "언니가 꽃 가꾸는 걸 좋아했다"고 말했다. 유족 제공

A씨는 전날 신상이 공개된 가해자 전주환에 대해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일반적 사고방식의 소유자라 볼 수 없는 지능적으로 잔혹한 범죄 행동을 저지르고, 오랫동안 스토킹을 저질러 광적인 집착성을 보였다"면서 "(사진을 봤더니) 너무 평범하고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청년의 모습이었다. 그런 사람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사실이 소름 끼친다"고 말했다.

피해자와 전주환의 직장인 서울교통공사를 향해서는 "중범죄인 혐의자임에도 사원 신분 변동 없이 인트라넷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랑 패스워드를 박탈하지 않고 제재 없이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서 피해자 정보나 동선을 파악해서 범죄에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피해자에 대해선 "집안의 장녀로, 동생과는 나이 차이도 있어서 독립심과 자존심이 강하고, 명석하고 똑똑했다"면서 "집안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사건에 대해서 일절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 모든 걸 해결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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