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으로 운용돼야 할 형집행정지

입력
2022.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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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정경심씨의 형집행정지 신청이 불허되었고, 최근에 재신청을 했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재 형집행정지로 임시 석방 중이고 연장신청을 한다고 한다. 이러한 서로 다른 결과에 대해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인도적·형사정책적 관점에서 수형자에게 자유형의 집행으로 인하여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등의 사유가 있는 때에는 형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는 사유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형집행정지를 받더라도 나머지 형은 형집행정지 종료 후 다시 받아야 한다. 형집행정지제도는 수형자에게 형의 집행 목적 이외에 어떤 불이익을 주지 않기 위한 것으로, 인권보장의 측면에서 인도적인 이유로 도입되고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하지만 그 도입 취지와 달리 그 운용은 별로 인도적이지 못했다. 10년 전쯤 한 시사고발프로그램은 살인교사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한 재벌기업의 사모님이 호텔 같은 병원에서 호화생활을 하는 반면, 일반 수형자의 경우는 '죽어야 교도소를 나갈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꿈 같은 제도라는 문제를 제기했었다. 실제 자유형의 집행정지를 허가받은 경우는 우리가 이름을 들으면 알 수 있는 사람들이 많고, 그중에 형집행정지를 받은 후 해외로 도주한 사례도 있다. 여러 문제제기에 따라 검찰은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질해 운용 중이지만, 오히려 기준이 더욱 엄격해져 실제로 이 제도가 필요한 수형자들에게서는 더욱 더 멀어진 제도가 되었다.

형벌로서 자유형은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 구금함으로써 사회를 보호하고 범죄자에게 자유박탈의 고통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격리 기간 동안 범죄자를 교화해 사회에 복귀시킨다는 것도 그 중요한 목적에 해당한다. 자유형을 통한 고통은 자유박탈 그 자체에 해당하고 그 이외의 다른 불이익을 주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아플 때 치료받을 권리는 수형자도 동일하게 갖는 권리며, 현실적으로 국가의 예산 등을 이유로 수형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은 국가의 보건의무 위반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과 인식은 수형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국가 예산을 사용하는 것에 인색하다. 국가가 수형자에 대한 보건의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정시설 안에서 적절한 의료처우가 이뤄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나, 1차 진료기관으로 볼 수 있는 교정시설 의료인력은 2019년 기준으로 4분의 3 정도만 충원돼 있는 상황이다. 의료인력의 공백은 불충분한 진료를 가져오고 의료처우에 대한 불신을 낳는다. 의무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수형자들의 외부진료 역시 비용과 외부로 동행할 교도인력 부족을 이유로 제때에 이뤄지지 못하고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들은 허다하다. 2015년부터 2020년 9월까지 교정시설 안에서 사망한 재소자 181명 중에 76.2%인 138명이 형집행정지 절차 진행 중에 사망했다. 이것이 유엔무역개발회의가 2021년 선진국으로 인정한 우리의 현실이다.

형집행정지는 인도적으로 운용돼야 한다. 교정시설 안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고통받는 수형자들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그들이 받아야 할 형벌 안에 포함되지 않는다. 당국은 정경심씨, 이 전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수형자가 자신이 받아야 할 형벌 이외의 고통을 받지 않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경제선진국에서 인권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기초는 가장 어두운 곳에 있는 사람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석배 단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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