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나 졸리의 선택과 유전자 연구

입력
2022.09.16 00:00

연합뉴스 EPA, ⓒ게티이미지뱅크

안젤리나 졸리라는 미국 여배우가 있다. '툼 레이더'를 비롯한 수십 편의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활동을 통해 영향력이 매우 큰 배우인데, 그녀가 유전자 의학 관련된 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013년 5월, 졸리는 본인의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양쪽 가슴을 모두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암을 치료하기 위해 수술받았다고 해도 놀라운 소식이었을 텐데, 암에 걸리지도 않은 상황에서 여배우가 그런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에 세상은 더욱 놀랐다.

졸리는 BRCA1이라는 유전자에 특정한 변이가 있었는데, 그 유전자에 해당 변이가 있는 여성은 일생 동안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로 알려져 있다. 언젠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변이가 없는 일반 여성들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13%라는데 그 말은 안 걸릴 확률이 87%, 즉 십중팔구 걸리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비교해보면 위험의 차이가 분명해 보인다.

졸리가 가지고 있던 BRCA1 유전자의 해당 변이는 그녀의 어머니와 외할머니에게도 있었으며 그분들 모두 유방암으로 돌아가신 걸로 알려져 있다. 자신도 언젠가는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으므로 선제적으로 미리 가슴을 절제함으로써 유방암의 발생 확률을 87%에서 5%로 감소시키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다.

이러한 주관적 선택은 당시는 물론이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게 사실이므로 오늘은 유전자 의학의 관점에서 본 객관적 내용 두 가지만 짚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유전자와 변이의 관계이다. BRCA1 유전자가 있으면 유방암이 생기고 없으면 안 생기는 게 아니라 BRCA1 유전자의 염기서열 변이가 문제의 원인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BRCA1 유전자는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이며 사람이 암에 걸리지 않게끔 보호하는 유익한 유전자이다. 그런데 어떤 변이가 생기면 BRCA1 유전자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암이 잘 생기는 현상이 발생되는 것이다.

두 번째, 변이와 질병의 관계이다. 졸리에게 있었던 BRCA1 유전자의 특정 변이는 유방암과의 상관관계가 잘 알려져 있던 변이였기에 그녀의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를 받은 사람들 중에는 자신에게서 발견된 변이에 대해 졸리의 경우처럼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때로는 불완전한 정보를 기반으로 불필요한 수술을 받는 경우도 발생하곤 한다. 왜냐하면 아직 특정 변이가 위험한 변이인지 아니면 별문제 없는 변이인지를 의료진 역시 명확하게 판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신 바이오 기술의 발전으로 개인이 자신의 특정 유전자 혹은 유전자 전체에 대해서 어떤 유전자 변이가 있는지 저비용으로 검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에 특정 변이와 질병의 관계를 해석할 수 있는 인프라는 유전자 의학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전자 변이 데이터에 대한 광범위한 공유 및 협력 연구가 필수적이며, 유전자 변이의 경우 민족적 특성도 관련이 크기 때문에 국가 단위의 대규모 연구와 국제 협력도 매우 중요하다. 유전자 의학 분야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 지원과 투자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환석 카스큐어 테라퓨틱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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