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수출한다" 집짓기 혁명 일으키는 홍윤택 스페이스웨이비 대표

입력
2022.09.14 04:30
공장에서 만들어 조립하는 모듈러 주택, 100채 계약
접었다 펴는 주택도 개발해 해외 수출 추진

최근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집짓기의 혁명으로 불리는 모듈러 주택이다. 모듈러 주택이란 공장에서 주택의 각 부분을 미리 만들어 가져와 레고처럼 땅 위에서 조립하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널리 퍼졌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데, 이 분야에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신생기업(스타트업)이 홍윤택(31) 대표가 2019년 창업한 스페이스웨이비다. 홍 대표는 모듈러 주택을 '미래 건축의 혁신'이라고 표현했다. 그를 만나 미래의 집짓기를 살펴봤다.

홍윤택 스페이스웨이비 대표가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인터뷰를 하며 레고처럼 조립하는 모듈러 주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주택 한 채 6주면 완성

모듈러 주택이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기존 주택 건설보다 빨리 지을 수 있고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6주면 30평짜리 주택을 완성해요. 보통 4개월 이상 걸리는 기존 시공보다 공사 기간이 크게 줄죠."

빨리 지을 수 있는 비결은 현장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 건설현장은 비나 눈이 오면 공사를 할 수 없고 땅이 얼어도 못 해요. 하지만 모듈러 주택은 실내 공장에서 주택의 대부분을 만들기 때문에 자연의 영향을 받지 않아요."

여기에 기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쓰레기와 소음도 줄일 수 있다. "건설 현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이 연간 20만 톤이죠. 매년 5%씩 늘어나요. 각종 소음 민원도 연간 17만 건이나 돼요. 반면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만들기 때문에 쓰레기와 소음으로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아요."

이런 이유로 미국·유럽에서는 모듈러 주택이 인기를 끈다. "유럽은 전원 주택의 50% 이상, 미국과 캐나다는 전원 주택의 10% 이상이 모듈러 주택이에요. 반면 국내 모듈러 주택은 전원 주택 시장의 2.6%에 불과해요. 이제 시작이죠."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주거용 보조유닛(ADU)법을 채택해 모듈러 주택 열기에 불을 지폈다. "ADU법은 기존 주택 앞마당에 모듈러 주택을 별도로 둘 수 있게 허용해요.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집값이 너무 오르자 마당에 모듈러 주택을 설치해 세를 주고 있어요. 미국은 모듈러 주택이 점차 확장될 겁니다."

레고처럼 모양과 크기 다양하게 구성

스페이스웨이비의 모듈러 주택은 건설 과정이 간단하다. 우선 건축주와 원하는 건물 형태를 상의한다. "사람에게 맞는 공간을 만들어야지 공간에 사람을 맞추면 안된다는 철학을 갖고 있어요. 고객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공간을 원하며 거기서 어떤 활동을 할지 상담을 하고 여기 맞춰 설계를 하죠."

이후 공장에서 주택의 80% 이상을 만들어 현장으로 가져가 조립한다. 건물은 경량 철골조를 이용한 라멘식 공법으로 만든다. "라멘식 공법은 철골 뼈대로 기둥과 보를 만들어 지탱하는 방법이죠. 큰 H빔으로 뼈대를 세우고 바닥과 벽, 지붕에 작은 H빔을 넣어요."

모듈이 완성되면 토목팀이 현장의 땅을 파서 다지는 기초 공사와 콘크리트를 붓는 매트 공사를 한다. 이후 모듈을 가져와 조립해 얹고 수도와 전기 등 설비 배관 작업과 내부 마감 작업을 한다. "내장재와 마감재도 소재와 색상을 다양하게 고를 수 있어요."

층수와 평수는 원하는 대로 구성할 수 있다. "6평, 8평, 10평 등 3가지 기본 모듈을 어떻게 조립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크기가 나와요. 제주에 만든 70평 주택은 모듈 9개를 붙였어요. 야외 수영장까지 설치했죠."

건설 비용은 평당 600만 원대다. "건설 비용은 모듈에 따라 6평 4,000만 원, 8평 5,000만 원, 10평 6,000만 원대를 예상하면 됩니다." 따라서 30평 주택을 지으면 땅 값 제외하고 대략 1억8,000만 원을 건설 비용으로 잡으면 된다.

스페이스웨이비 직원들이 모듈러 주택을 현장에 설치하고 있다. 스페이스웨이비 제공


집을 가져갈 수 있다…태풍과 지진도 견뎌

이렇게 만든 집을 이사 갈 때 가져갈 수도 있다. "해체해 가져가서 재조립하면 돼요. 해체해서 옮겨주는 작업도 하죠. 제조와 조립 방식을 몰라서 다른 기업들은 해체를 못해요. 해체와 재조립은 오직 우리만 할 수 있죠."

그래서 펜션 사업자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다. "모듈러 주택으로 펜션을 지으면 특정 지역에서 사업이 안 될 경우 다른 지역으로 가져가 사업할 수 있어요."

과연 조립식 주택이 태풍, 지진 등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할까. 홍 대표는 남다른 기술 특허를 통해 안전을 자신했다. "결합 방식 관련 8건의 기술 특허를 갖고 있어요. 이를 통해 누수는 물론이고 지진, 태풍으로부터 안전하게 조립하죠. 조립 후 일반 건축물과 동일한 준공 검사를 받아요. 따라서 구조 개선과 구조 검토 후 안전성에 문제가 있으면 허가가 나오지 않죠."

생산 공정 자동화도 추진

홍 대표는 지난 1월 경기 화성 전곡항 산업단지에 모듈러 주택 공장을 만들었다. "전곡항 산업단지는 요트와 트레일러 제조업체들이 많아서 층고가 높고 입구가 넓은 건물이 많아요."

이곳에서 골조팀, 배관팀, 내부 마감팀 등이 각각 수작업으로 모듈을 만든다. "현장 경험이 중요해서 오랜 경험을 쌓은 목수 등 20대부터 60대까지 나이와 학력 등 다양한 사람들이 직원으로 일해요. 다만 업종 성격상 27명 전원이 남자죠."

공장 생산의 장점은 동일한 품질 유지다. "기존 건설 방식은 일하는 사람과 작업 방식이 모두 달라서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기 힘들어요. 하지만 공장에서 만드는 모듈러 주택은 동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죠."

홍 대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생산 자동화를 추진한다. "추가 투자를 유치해 4분기부터 로봇을 투입한 자동화 설비를 만들 계획입니다.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생산 공정이 표준화되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로봇이 투입되면 항상 일정 품질을 유지할 수 있죠." 모듈러 주택 보급률이 높은 유럽은 이미 로봇 팔을 생산에 투입했다.

스페이스웨이비의 모듈러 주택은 모듈 구성에 따라 형태와 크기를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스페이스웨이비 제공


모듈러 주택 계약 100채 넘어

관건은 시장 경쟁이다. 2019년부터 모듈러 주택 사업자들이 등장하며 수십 개 업체가 국내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홍 대표는 품질에서 앞선 만큼 경쟁 우위에 있다고 자부한다. "국내 모듈러 주택업체 대부분은 컨테이너 형태 아니면 농막을 만드는 곳이 많아요. 스페이스웨이비처럼 전원 주택이나 추가 주택(세컨드 하우스)을 겨냥해 품질 차별화를 꾀하는 곳이 없죠."

사업을 본격화한 지난해 5월부터 지금까지 계약한 모듈러 주택은 100채가 넘는다. 이 가운데 40채를 완성했다. "미처 만들지 못할 만큼 계약이 몰려요. 연말까지 82억 원 매출이 무난할 것으로 봅니다."

시장도 점차 넓힐 계획이다. "타운하우스 등 주거 단지 개발과 리조트, 펜션 단지 조성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요. 단독 주택과 4, 5층 규모의 상가 건물도 가능하죠.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 빼고 다 해야죠."

"접었다 펴는 집 개발, 해외 수출할 것" 대기업도 참여

시장 확대를 위해 홍 대표는 모듈러 주택 외에 4가지 신사업을 계획했다. 모듈러 주택 사업 '웨이비 룸' 외에 '웨이비 홈', '웨이비 고', '웨이비 엑스', '웨이비 야드'를 준비 중이다.

웨이비 홈은 해외 시장을 겨냥한 수출용 접이식 주택이다. "접었다 펴면 15평 집이 되는 접이식 주택이죠. 기술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내년 상반기 중 아시아에 수출할 계획입니다."

웨이비 고는 바퀴가 달려 끌고 다닐 수 있는 집이다. "캠핑족을 겨냥한 트레일러 형태 주택으로 이달 이후에 나옵니다. 아파트 주차장에 세울 수 있을 만큼 작아요."

웨이비 엑스는 조립, 해체를 통해 이동 가능한 모듈형 카페다. "미래의 카페죠. 여기에 발명왕으로 유명한 황성재 라운지랩 대표가 개발한 로봇 바리스타를 설치할 예정입니다."

웨이비 야드는 직접 운영하는 모듈러 호텔이다. "객실부터 식당, 카페 등 각종 부대시설을 공장에서 만들어 조립하는 국내 최초의 모듈러 호텔이죠. 올해 말 또는 내년 봄에 완성되면 공유 숙박 형태로 운영할 수 있는 회원권을 판매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국내외 대기업도 참여한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국내 대기업과 이동형 미래 주택 사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해당 대기업이 만드는 가전제품들을 설치하죠. 미국 코닝은 여기 들어가는 내부 마감재를 공동 개발 중입니다."

홍윤택 스페이스웨이비 대표가 그리는 미래의 주택은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는 집이다. 그는 모듈러 주택을 건설 시장을 혁신할 미래 주택의 시작으로 본다. 이한호 기자


프랫대 건축학과 출신 “뉴욕 모듈러 아파트에서 건축의 미래를 봐”

원래 홍 대표는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으나 1년 만에 그만두고 건축으로 유명한 뉴욕 프랫대학교에 편입했다. "이과여서 무조건 공대를 갔는데 예술을 하고 싶었어요. 공대와 예술을 접목시킨 학문을 찾아보니 건축이 보였죠."

졸업 후 귀국해 2018년 공유 사무실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패스트파이브에 입사했다. "신규 지점을 늘릴 때 공사 관리를 감독하는 일을 1년여간 하면서 스타트업의 사업 방식을 배웠어요."

모듈러 주택 사업은 학창 시절부터 구상했다. "뉴욕 브루클린에 살 때 집 앞에 모듈러 방식으로 지은 36층 아파트가 들어섰어요. 사람이 많이 다니는 뉴욕에서 주변에 소음과 먼지 등 공사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모듈러로 아파트를 지었죠. 여기서 건축의 미래를 봤어요."

창업 후 공을 들인 것은 인재 확보다. 그는 특이한 방식으로 사람을 뽑는다. "주로 지인 소개를 통해 뽑아요. 모르는 사람을 뽑아 합을 맞추는 시간조차 아까워요. 그래서 프랫대 선후배, 전 직장 동료 소개로 많이 뽑았죠. 고객 중에 직원이 된 경우도 있어요. 학력과 조건보다 회사에서 하려는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많이 봐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 제대로 능력 발휘할 수 있고 단합도 잘되죠."

투자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총 11억 원을 받았다. 영업이익이 발생해 투자가 아쉬운 상황은 아니지만 연구개발을 위해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매출 20억 원, 영업이익 5억 원을 올렸어요. 올해 매출 82억 원, 영업이익 10억 원 이상을 예상해요."

그가 그리는 미래의 주택은 '온라인 주문형 주택'이다. "인터넷에서 원하는 형태를 골라 결제하면 공장에서 만든 집을 배달해 주죠. 자동차 산업에 큰 변화를 일으킨 테슬라처럼 모듈러 주택을 통해 오랜 세월 변화 없는 건설 시장에 혁신을 일으키고 싶어요."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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