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열세를 만회해가는 미국 민주당

입력
2022.09.13 00:00
27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민주당 후원 집회에 참석해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 후보와 함께 연설하고 있다. 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민주당 후원 집회에 참석해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 후보와 함께 연설하고 있다. AP 뉴시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치가 한국 정치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따 놓은 당상'처럼 점치던 공화당 승리 예측에 최근 반전 현상도 있다. 더구나 이 모든 것은 최근 5주 동안 발생한 것이다.

첫째, 바이든 대통령의 '가장 큰 정치 이슈'(biggest political problem)라고 미국 언론이 지적한 40여 년 만의 최대 인플레이션이 올해 상승 곡선을 그리다 처음으로 한풀 꺾였다.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인데 지난해 같은 달보다 8.5% 오르기는 했지만, 그전까지 상승을 거듭하다 6월 9.1%를 정점으로 상승폭이 올해 처음으로 둔화됐다. 미국 언론들도 안도하는 모습이다.

둘째, 미국은 7월 31일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를 사살했다. 8월 26일 미군 아프간 철수 1주년을 앞두고다. 당시 철군 과정에서 미국의 정보 판단 실수, 인명 희생, 그리고 특히 카불 공항을 이륙하는 미군기에서 피란민이 추락하는 참혹한 영화 같은 장면은 텔레비전을 통해 전 세계에 보도됐다. 임기 시작이 얼마 안 된 바이든 행정부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알카에다 수장 제거는 그 실수를 부분적으로나마 만회한 적지 않은 성과인 셈이다.

셋째, 보수 색채가 강한 캔자스주 8월 투표에서 뜻밖에도 유권자 다수가 낙태권 폐기를 위한 주 헌법 수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는 여성의 낙태 권리를 폐기한 6월 미국 연방 대법원 결정을 다시 뒤집은 것이다. 이른바 '캔자스 혁명'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공화당 지지자는 낙태 반대'라는 공식을 무너뜨렸다. 이로써 낙태 문제가 올해 11월 미 중간선거에서 다시 의제화될 것이고, 이는 민주당의 입지를 강화해주고 있다. 민주당은 벌써 "낙태권을 돌려받기 위해서 11월 중간선거 때 민주당을 찍어 달라"고 캠페인을 하고 있다.

넷째, 바이든 행정부는 8월 24일 대학 학자금을 1인당 최대 2만 달러까지 깎아주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학생 융자 탕감(Student Loan Forgiveness)을 결정했다. 공화당은 당장 이를 "매표행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정치공학적인 면에서 볼 때 이 조치는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청년층과 흑인을 결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미국 언론은 본다.

다섯째, 미 연방수사국(FBI)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미국 헌정 역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그 여파는 당연히 미 중간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또한 최종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트럼프의 차기 대통령 선거 재출마를 단념시킬 수도 있다.

여섯째,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臺灣) 방문은 정치권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보자면 민주당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고 "미국의 가치를 지켜냈다"는 것이다.

이 모두가 지난 5주간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국 정치에서나 보던 극적인 정세 변화가 미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중간선거를 이미 승리한 것처럼 여겼던 공화당은 그러한 낙관론에서 벗어나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월 21일 사설에서 "공화당이 상원을 탈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성현 조지HW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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