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흔들바위, 아직 안 떨어졌어?

입력
2022.09.06 17: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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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 다시 가볼 만한 추억의 수학여행지

울산바위 아래에 보이는 설악산 흔들바위. 한국관광공사 제공

울산바위 아래에 보이는 설악산 흔들바위. 한국관광공사 제공

수학여행의 목표는 애초부터 배움이 아니다. 친구들과 추억 쌓기, 객기가 가미된 약간의 일탈이 이 여행의 진짜 묘미다. 그러니 유적이 아무리 훌륭하고, 경관이 뛰어나도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국관광공사가 9월 여행 테마를 ‘수학여행의 재발견’으로 정했다. 추석 연휴에 가족과 함께 새롭게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이다.

영원한 미스터리 설악산 흔들바위

수학여행의 추억에서 설악산, 그중에서도 흔들바위의 전설은 끊임없이 회자된다. 한 명이 흔드나 10명이 흔드나 진폭이 동일하고, 100명이 달려들어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물리 법칙을 가뿐하게 무시하는 요상한 물건이다. 설악산 울산바위 아래에 위치한 계조암 암자 앞 와우암 위에 위태롭게 올려져 있다. 100여 명이 함께 식사할 만큼 넓어 식당암(食堂岩)이라고도 하는 반석 끄트머리다. 손가락으로 살짝 밀어도 굴러떨어질 듯 아슬아슬한데, 수많은 이들이 수도 없이 흔들었지만 아직까지 떨어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추억의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5분이면 닿는 권금성도 추억이 서린 곳이다.

그땐 몰랐던 백제의 진면목

공주 송산리 5, 6호분과 무령왕릉이 부드러운 능선을 이룬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공주 송산리 5, 6호분과 무령왕릉이 부드러운 능선을 이룬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의미다. 백제 유적의 가치를 표현할 때마다 단골로 소환되는 문구다. 그 깊은 뜻을 헤아리기에 수학여행은 들떠 있었고, 학창시절은 발랄했다.

공주의 무령왕릉과 왕릉원이 대표적이다. 무령왕릉은 1971년 송산리 5호분과 6호분 배수로 공사 중 온전한 형태로 발견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삼국시대 왕의 무덤 가운데 유일하게 주인이 정확히 알려진 유적이다. 문화재청의 영구 비공개 결정에 따라 무덤 구조와 유물 모형은 전시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왕릉에서 출토된 실제 유물은 인근 국립공주박물관에 있다. 유유히 흐르는 금강과 공주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공산성을 걸어보는 것도 운치 있다. 복고 감성 넘치는 제민천 주변 공주 원도심에서도 쏠쏠한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수학여행 1번지,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

단체 사진 인증 명소인 불국사 청운교와 백운교. 한국관광공사 제공

단체 사진 인증 명소인 불국사 청운교와 백운교. 한국관광공사 제공

신라 천년의 수도 경주에서도 수학여행 대표 코스는 불국사와 석굴암이다. 석굴암 입구는 범영루를 중심으로 동쪽에 청운교와 백운교, 서쪽에 연화교와 칠보교가 자리한다. 단체 사진을 찍던 청운교와 백운교는 지금도 변함없는 인증사진 명소다. 대웅전 뜰의 다보탑과 삼층석탑(석가탑)도 추억의 명소다. 옛날 사진을 검색해 보면 기단을 밟고 올라선 모습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다. 토함산 중턱의 석굴암 역시 불국사와 함께 둘러보는 유적이다. 대릉원과 첨성대, 계림, 동궁과 월지 등 경주 시내권 유적은 보름달이 뜰 무렵 은은한 야경으로 즐기면 더욱 멋스럽다.

들뜬 마음에 놓친 감성, 여수 오동도

여수 자산공원에서 바라본 오동도.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수 자산공원에서 바라본 오동도. 한국관광공사 제공

강산이 변하고 세월이 흐를수록 숲은 풍성해진다. 여수 오동도가 그렇다. 방파제를 따라 10~15분 걷거나 자전거, 동백열차 등을 이용해 들어갈 수 있다. 방파제를 지나면 산책로가 시작되고, 동백나무 숲에 들어서면 순식간에 주변이 어두워진다. 가느다랗게 비치는 햇빛과 맑은 새소리, 달콤한 실바람까지, 걸음마다 학창시절 미처 감지하지 못한 매력 속으로 빠져든다. 야외 찻집에서 동백꽃차도 마시고, 산책로의 아기자기한 장식에 추억을 떠올린다. 정상에는 1952년 처음 불을 밝힌 오동도등대가 있다. 숲길과 해안 절벽을 찬찬히 둘러보려면 한 시간 이상 걸린다.

다 알지만 잘 모르는 경복궁

경복궁 근정전과 박석. 한국관광공사 제공

경복궁 근정전과 박석. 한국관광공사 제공

서울의 궁궐은 전국의 학생이 찾는 수학여행지다. 조선 5대 궁궐 중 최초로 건립한 경복궁이 중심이다. 박석을 깐 근정전 마당에 서면 고래등 같은 지붕 너머로 인왕산과 북악산이 한눈에 담긴다. 궁중 연회를 베풀던 경회루는 1960년대에 스케이트장으로 쓰였다. 연못 앞 수정전은 훈민정음을 반포한 집현전이 있던 자리다. 왕비의 숙소인 교태전, 대비의 거처인 자경전의 굴뚝도 눈여겨볼 보물이다. 향원정 너머 건청궁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온 건물이다.

신무문을 지나면 청와대 정문과 연결된다. 본관 내부와 옛 관저, 녹지원 등을 관람할 수 있다. 경복궁은 추석 연휴에도 정상 개방한다. 무료 관람이지만 연휴 기간 정규 해설은 진행하지 않는다. 수문장 교대 의식은 오전 10시와 오후 14시, 광화문 파수 의식은 오전 11시와 오후 1시 매일 2회 진행된다.

뻔하지만 늘 새로운 용인 에버랜드

추석 연휴 에버랜드 캐릭터인 레니와 라라가 한복을 입고 관람객과 포토타임을 갖는다. 에버랜드 제공

추석 연휴 에버랜드 캐릭터인 레니와 라라가 한복을 입고 관람객과 포토타임을 갖는다. 에버랜드 제공

용인 에버랜드는 계절마다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카니발 광장에서 윷놀이, 투호,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다. 한복을 입은 캐릭터와의 포토타임도 진행된다. 포시즌스 가든에는 대형 보름달을 설치해 은은한 달 그림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연휴가 시작되는 9일 '판다지아(Pandasia)'가 문을 연다. 판다를 만나러 가는 경로를 새롭게 단장한 시설이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판다 가족의 7가지 이야기가 IT와 인터랙티브 전시 기법을 통해 실감나게 펼쳐진다.

이달 초 시작한 핼러윈 축제는 11월 20일까지 진행된다. 8일에는 공포체험 시설 ‘블러드시티6'가 개장한다. '오징어 게임'의 채경선 미술감독과 협업해 탈선한 기차, 철로, 터널 등으로 오싹한 기차역 풍경을 연출해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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