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과 하나로 세상을 놀라게 해볼까요?

입력
2022.09.02 00:00
27면
경남 거창 '사과숲애' 한상진 이시진 부부

경남 거창 '사과숲애' 한상진 이시진 부부

과일 가게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싱그러운 사과는 우리에게 친숙한 과일이다. 어린 아이들에겐 백설공주의 사과가 생각날 것이고, 젊은이들에겐 애플사의 사과가 떠오를 것이다. 식구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엄마들은 사과를 건강을 지켜주는 금메달로 여기고 있다.

경남 거창에서 한상진, 이시진 부부가 운영하는 과수원 '사과숲애'는 사과를 이용한 복합문화공간을 꿈꾸며 고객들과 소통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한적한 시골 마을 과수원의 모습에 반하고, 사과를 이용한 독특한 '사과 버터'라는 생소한 제품에 신기해할 뿐 아니라 그 맛에 또 한 번 놀란다.

이 농장의 또 다른 특색은 3명으로 구성된 영역별 CEO 체제로 농가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개인의 능력을 존중한 역할 분담을 통해 가족 구성원 간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재배 및 운영총괄 대표로는 부친이, 마케팅 및 체험총괄 대표에는 부인이, 그리고 기술 및 실무총괄 대표는 남편 한상진씨가 맡아 농가가 유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렇게 특색 있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실천하고 있는 젊은 농부인 한상진씨는, 지난 45년간 외길로 사과농장을 운영해온 부친의 소신과 경영철학인 "과일이 맛있는 집은 그 농장의 흙도 맛있을 것이다"로 매진하는 부친의 모습에 귀감을 받아 2009년 29세의 나이에 가업을 잇겠다는 마음으로 승계농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경남 거창 '사과숲애'.

경남 거창 '사과숲애'.

한편 부인 이시진씨는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시골은 영상에서만 보았던 생소한 곳이었다고 한다.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그녀에게 시골은 낯설기만 한 곳이었다. 그런 그녀가 농촌으로 시집을 가기로 한 이유는 남편의 말 한마디였다고 한다. 연애 시절 술잔을 기울이며 존경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남편은 진지하게 "농사를 짓는 아버지를 존경한다"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자기 아버지를 존경한다는 그 말은 이시진씨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면 함께해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으로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녀는 쳇바퀴 도는 도시 생활을 접고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야'라는 설렘을 가지고 농촌 생활에 뛰어들었다. 농부의 아내가 된 그녀는 가장 먼저 농장에서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미술을 공부하고 마케팅과 디자인 관련 일을 해온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농장에 접목시켰다. 먼저 '사과숲애'라는 농장의 브랜드를 만들고 SNS와 블로그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사과와 미술로 만나는 색다른 체험 여행'이라는 일종의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거창 가볼 만한 곳 1위'에도 선정되었다.

경남 거창 '사과숲애'.

경남 거창 '사과숲애'.

이시진씨는 사과를 이용한 특색 있는 그들만의 상품을 만들고자 지난 4년간 연구한 끝에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사과 버터'란 가공품 개발에 성공했다. 사과의 상큼한 맛과 버터의 고소한 풍미를 모두 살릴 수 있는 한국형 사과 버터다.

이렇듯 이들은 최고 품질의 사과 생산은 물론, 거창의 다양한 로컬 재료를 이용한 특산물 개발과 체험, 문화까지 펼치며 "작은 사과 하나로 세상을 놀라게 하겠다"라는 꿈을 그리고 있다. 과일 먹거리와 복합문화공간이 있는 '사과숲애'에서 그들만의 소신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다. 한상진, 이시진 두 사람의 재능과 열정이 합쳐져 최고의 농장 브랜드 '사과숲애'가 되기를 기대한다.


민승규 국립한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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