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표시 자산, 이제부터 늘리면 안 된다

입력
2022.09.01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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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후 달러 가치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에 내재한 문제를 고려하면 내년 이후로는 달러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주요 선진국 통화에 대한 달러지수 장기 추이를 보면, 1980년 이후 달러 가치는 두 번에 걸쳐 크게 하락했다. 1985년 2월에서 1992년 8월 사이에 달러 가치는 51% 급락했다. 1985년 9월 플라자합의가 달러 가치를 크게 떨어뜨렸는데, 이 합의는 G5(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재무장관들이 달러화 강세를 시정하도록 결의한 조치였다. 2002년 2월에서 2008년 3월 사이에도 달러 가치가 40% 떨어졌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의 정보통신혁명 거품이 붕괴하면서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 비중이 2001년 31%에서 2008년에는 23%로 낮아졌다.

2009년 이후에는 달러 가치가 상승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8월까지 달러지수는 14%나 올랐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달러 가치 상승 요인이 되었다. 여기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달러 가치 상승을 부추겼다.

그러나 몇 가지 요인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내년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을 포함한 주요 기관이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는데, 미국 전망치를 상대적으로 더 내리고 있다. IMF는 지난 7월 세계경제전망에서 2023년 미국 경제가 1.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유로존(1.2%)과 일본(1.7%)보다 낮은 수치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을 포함한 일부 투자은행들은 심지어 내년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시장금리가 낮아지고 달러 가치도 떨어질 것이다.

미국 경제의 대내외 불균형 심화도 달러 가치 하락 요인이다. 지난해 말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GDP 대비 129%였다. 대외순부채도 GDP 대비 79%로 역사상 최고치였다. 세계적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011년에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린 적이 있었는데, 당시 연방정부 부채와 대외순부채는 각각 GDP의 95%와 29%였다. 또 다른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Moody’s)와 피치(Fitch)가 대내외 불균형이 개선되지 않으면 미국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추정한 실질실효환율에 따르면 지난 7월 현재 달러는 30% 과대평가되었다. 이와 달리 유로는 10%, 엔화는 41% 과소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의 문제일 뿐, 환율을 포함한 모든 경제 변수는 균형에 접근해 가기 마련이다.

장기적으로 한 나라 환율은 그 나라의 경제력이다. IMF 장기 전망에 따르면 미국 GDP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24.4%에서 2027년에는 22.7%로 낮아진다. 달러 가치가 장기적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하면 내년 이후 달러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요 투자은행이나 블룸버그 컨센서스도 달러 가치 하락을 전망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난 2년 달러 가치 상승을 보고 뒤늦게 달러 자산에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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