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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쳤다" "표팔이용이었나"... 일산·분당 주민들 뿔났다

입력
2022.08.17 18:00
수정
2022.08.17 18:5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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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연내 →2024년 미뤄
"공약보다 후퇴... 정권 바뀌면 또 뒤집히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단지 전경. 고영권 기자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단지 전경. 고영권 기자


"마스터플랜이 2024년에 나온다니 실망스러워요. 그전까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걸요. 언제까지란 말만 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아예 없어요. 재건축을 위해 사람들을 모으려 했는데 김이 다 빠졌죠."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강촌마을 3단지 주민 장성희(48)씨는 준공 30년을 2개월 앞두고 재건축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16일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 공급 대책을 듣고 크게 실망했다. 일산·분당 등 1기 신도시 재건축 마스터플랜 마련 계획을 당초보다 2년이나 더 미뤘기 때문이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이 뿔났다. 16일 "1기 신도시는 연내 재정비 마스터플랜 수립에 착수해 2024년 도시 재창조 수준의 재정비 계획을 제시하겠다"는 발표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안'에 한다던 재건축 계획 수립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진 데다 '재창조'라는 수사만 화려할 뿐 구체적 내용도 나오지 않아 사업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1기 신도시 재정비(재건축) 통해 10만 가구 추가 공급" 공약을 문제 삼았다. 후보 시절 공약자료에는 "법정 상한 용적률(300%)을 적용하면 일산에 5만1,000가구, 분당에 8만1,700가구 추가 확보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이 공약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때 주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던 시기 등이 추가됐다. 당시 심교언 인수위 부동산TF 팀장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마스터플랜을 통해 (1기 신도시) 종합발전계획을 구상하고 이에 따라 질서있게 지역마다 재정비가 진행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런데 이번에 막상 뚜껑을 따 보니 중장기 과제로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2024년이라는 목표 또한 명확하지 않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날 "희망 일정이 2024년"이라며 "가급적 속도를 내보겠다는 것이지 현재 일방적으로 일정을 정하기도 어렵다"고 부연했다. 심교언 주택공급혁신위원회 민간위원 대표는 "지역마다 여건이 다르고, 3기 신도시 등 주변 택지에 미칠 영향과 입법 과정의 난항 등을 감안해 일정이 나온 것"이라고 해명하기에 바빴다.

이종석 신도시 재건축연합회 부회장은 "1기 신도시 재건축 물량이 얼마인지 등 공약에 있던 것마저도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2024년에 계획이 나와도 이게 통과되리란 보장이 없다"며 "주민들 입장에선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고 한숨 쉬었다. 그는 "마스터플랜 수립을 국토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맡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산에 있는 한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노인들로부터 '내가 사는 동안 재건축이 가능하냐'는 문의전화가 오고 있다"며 "'공약이 표팔이용이었냐'라고 분노하는 주민도 있다"고 전했다. 분당에 10년간 살았다는 이모(61)씨는 "올해 안으로 계획이 나온다 호들갑을 떨더니 이렇게 밀리다가 정권이 바뀌면 또 뒤집히는 거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현재로선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게 없어서 집주인 입장에선 추이를 지켜볼 뿐"이라며 "재건축이 지연될 경우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선회한 단지들이 다시 이익을 따져 새로 결정하거나, 재건축 기대로 들어갔던 투자자가 처분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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