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초등 전일제 학교는 아이 행복 고려하지 않은 학대 정책"

입력
2022.08.11 16:47
수정
2022.08.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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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일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후 첫 학교 현장 방문으로 서울 강서구 방화초등학교를 찾아 돌봄교실에 참여한 학생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7월 14일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후 첫 학교 현장 방문으로 서울 강서구 방화초등학교를 찾아 돌봄교실에 참여한 학생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사실상 폐기하는 대신 국가교육책임제 이행을 위해 추진하려는 '초등 전일제 학교'에 대해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1일 성명을 내고 "초등 전일제 학교는 아동의 행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교육적 아동학대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도입 철회를 촉구했다. 초등 전일제 학교는 방과후 과정을 확대하고 초등 돌봄교실 운영 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확대해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의 경력 단절을 막고자 한 정책이다.

전교조는 아이들이 원치 않는다는 점을 반대 근거로 제시했다. 2018년 폐기된 '초등 3시 학교'(더 놀이학교) 정책 추진 당시 전교조가 전국 초등학교 3, 4학년 5,133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는데 응답 학생의 71.2%가 반대했다. 가장 큰 반대 이유는 '쉬고 싶다. 학교에 오래 있으면 피곤하다'는 것이었다.

돌봄 전용 공간 확보도 여의치 않다. 전교조에 따르면 초등 돌봄교실의 상당수는 학생들이 수업을 마친 교실을 다시 돌봄교실로 활용하는 '겸용 교실'인데, 이 공간은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돼 있어 돌봄과 휴식을 보장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초등돌봄교실 운영 개선방안'에는 이 같은 한계를 지적한 내용들이 포함됐다. 학부모들은 초등돌봄 지원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점으로 '학교 내 돌봄서비스 내용 및 질 개선'(32.3%)을 꼽았다. 교육부 역시 방과후 연계형 돌봄교실의 경우 '돌봄 측면에서 별도 프로그램 없이 단순히 공간만 제공하는 수준'이며 '돌봄은 공간 확보가 핵심이나 학교 내 추가 공간 확보는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담았었다.

전교조는 "교육부가 문제해결의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못한 채 '초등 전일제 학교 확대'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며 "돌봄 수요가 높은 지역은 과밀학급, 거대학교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 학교에서 돌봄 겸용 교실만 늘린다면 정규교육과정 침해 등으로 교육과 돌봄 모두 질적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책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 역시 부정적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20년 작성한 '초등돌봄교실 정책 효과 분석' 연구보고서에 연구진은 "초등돌봄교실의 이용이 아동의 삶의 질이나 교육적 발달을 증진시키는 데 별다른 효과가 없다"며 "특히 취약한 사회경제적 배경에 놓인 학부모의 자녀들에게 보다 공평한 교육적 성취를 도모하는 데 충분한 역할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역시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더 이상 보육인 돌봄, 사교육인 방과후학교를 학교와 교사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며 "초등 전일제 학교가 아닌 방과후센터로 명명하고 지자체가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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