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비서관이 교육부 차관에게 "학제개편 언급말라" 쪽지 논란

입력
2022.08.09 16:48
수정
2022.08.09 17:00
10면
구독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권성연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손에 들고 있다. 쪽지에는 '오늘 취학연령 하향 논란 관련 질문에 국교위를 통한 의견 수렴, 대국민 설문조사, 학제개편은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오대근 기자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권성연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손에 들고 있다. 쪽지에는 '오늘 취학연령 하향 논란 관련 질문에 국교위를 통한 의견 수렴, 대국민 설문조사, 학제개편은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오대근 기자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학제개편안에 대한 사회적 반발로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퇴한 가운데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실 비서관이 교육부 차관에게 답변 방향을 정해주는 듯한 쪽지를 전달해 논란이다.

권성연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은 이날 장상윤 교육부 차관에게 '취학연령 하향 논란 관련 질문에서 국교위(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한 의견 수렴, 대국민 설문조사, 학제개편 TF는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적힌 쪽지를 전달했다. 논란이 된 학제개편안에 관해 추후 교육부가 취할 수 있는 공론화 절차를 언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 정부 당국자들이 출석해 현안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비판했다. 교육위원장인 유기홍 의원은 "의원들의 질의는 국민을 대신해서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실 비서관이 상임위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는 차관에게 '어떤 건 답변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게 온당한 일이냐"고 질책했다.

학제개편안을 둘러싼 정책 난맥상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대통령실·여당·정부 간 소통 부재가 재차 '쪽지'를 통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육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만 5세 조기 입학과 관련해서 당정청 회의가 이뤄진 적 있냐"며 "소통도 안 해놓고 청와대(대통령실) 비서관들이 쪽지 붙이면 쪽지에 따르는 것이 정상적이냐"고 따졌다.

장 차관은 국회 출석 전 대통령실과 협의할 시간이 없어서 부득이하게 쪽지로 소통을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장 차관은 "(학제개편안이 등장한) 대통령 업무보고는 대통령실과 교육부가 협업해 진행한 부분이라 의견을 전달한 것이지, 답변의 책임은 제가 지고 있다"고 했다.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 행정 각부를 지휘통제할 책임이 있다. 현안에 대해 차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데, 대통령실이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고 감쌌다.

홍인택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