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인사로 지지율 반등 시도... "아베와 통일교를 지워라"

입력
2022.08.09 17:25
수정
2022.08.0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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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6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원자폭탄 전몰자 77주년 위령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행사 후 기자회견에서 10일 발표할 개각, 당직 인사 때 통일교와의 관련성에 대해 고려할 것임을 시사했다. 히로시마=EPA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6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원자폭탄 전몰자 77주년 위령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행사 후 기자회견에서 10일 발표할 개각, 당직 인사 때 통일교와의 관련성에 대해 고려할 것임을 시사했다. 히로시마=EPA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 내각과 자민당 인사를 단행한다. 지난달 10일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한 지 한 달 만에 지지율이 급락하자 인사 쇄신으로 국면 전환을 꾀하는 것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으로 리더십을 잃은 자민당에 대한 그립을 강하게 쥐려는 의도도 있다.

9일 공개된 요미우리신문과 NHK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각각 한 달 전보다 8%포인트, 13%포인트 하락한 57%와 46%를 기록했다. 특히 아베 전 총리에 대한 평가, 통일교와 자민당의 관계에 대한 민심이 싸늘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민심을 돌려앉히는 것이 기시다 총리의 인사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①'아베파'에 대한 처우

강경보수 성향의 자민당 아베파는 아베 전 총리를 앞세워 기시다 총리를 흔들어 왔다. 기시다 총리는 통일교와의 관계가 깊은 의원들을 배제해 아베파의 힘을 빼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아베파가 "우리는 최대 파벌인데 우리 파벌 출신 각료 숫자(4명)는 부족하다"며 추가 발탁을 요구했으나 기시다 총리가 거절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기시다 총리가 아베 전 총리의 최측근 하기우다 경제산업장관을 자민당 정조회장으로 임명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를 두고 '아베파를 배려하려는 것'이라는 평가와 '아베파를 흔들려 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엇갈린다.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하기우다를 '당 4역'인 정조회장에 앉혀 아베파를 예우하고 당과 총리의 조율 역할을 맡기려 한다고 전했다. 반면 지지통신은 기시다 총리의 하기우다 우대는 아베파를 분열시키려는 속내라고 분석했다. 하기우다는 경제산업장관 유임을 바라고 있다.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장관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외교상무장관 2+2회의에 참석한 후 기자회견에서 답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장관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외교상무장관 2+2회의에 참석한 후 기자회견에서 답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②통일교 색깔 지우기

이번 인사에서 통일교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민당 의원 다수가 통일교와 관계를 맺고 있는 탓이다. 하기우다조차 통일교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통일교 관련 단체에 회비를 여러 차례 낸 것으로 드러났다.

아베파 중견 의원은 요미우리에 "하기우다가 기용된다면 내각에서 통일교 색을 완전히 지우는 것은 어렵다"면서 "새로 기용한 각료들과 통일교의 부적절한 관계가 추가로 밝혀지면 정권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시 노부오 방위장관이 지난 6월 1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에서 한미일 국방장관 회의를 마치고 휠체어에 탄 채 이동하고 있다. 싱가포르=EPA 연합뉴스

기시 노부오 방위장관이 지난 6월 1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에서 한미일 국방장관 회의를 마치고 휠체어에 탄 채 이동하고 있다. 싱가포르=EPA 연합뉴스


③방위장관은 누구

교체가 확실한 기시 노부오 방위장관의 후임이 누가 될지는 이번 인사의 핵심이다. 일본 정부는 연말까지 안보전략 3개 문서를 개정하고 방위비 예산도 대폭 늘릴 방침이다. 선제 공격 논란이 있는 ‘반격능력’ 보유도 추진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방위정책의 골간이 바뀌는 중요한 시기에 매파 입장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낸 것이 아베 전 총리였고, 아베 전 총리의 동생인 기시 장관이 이를 뒷받침해 왔다.

기시다 총리가 기시 장관을 바꾸면 방위 정책이 아베의 그늘에서 벗어날 환경이 만들어진다. 9일까지 유력 후임자가 떠오르지 않는 것은 방위장관을 둘러싼 기시다 총리의 고민이 그만큼 깊다는 뜻이다. 아사히신문은 방위장관 인선에 따라 자민당이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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