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쇄신은 근본 처방이 아니다

입력
2022.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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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문답을 마친 후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문답을 마친 후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100일도 채 지나지 않아 20%대까지 추락했다. 사실 대통령 지지율이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그 속도와 낙폭이 지나치게 빠르고 크다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야 대통령과 여당의 자업자득이니 특별히 언급할 일도 아니지만, 그 의미는 한 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대통령 연구의 선구자인 뉴이스타트(Neustadt)는 대통령의 권력은 본질적으로 설득하는 힘(power to persuade)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그만큼 대통령이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는 헌법적 권한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입법권을 가진 의회의, 특히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행정부 내 관료들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어렵게 수립된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다른 정치 행위자들이 대통령이 원하는 정책에 협조하도록 끊임없이 설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성공한 대통령과 실패한 대통령은 이와 같은 설득에 얼마나 성공적이었는가로 판가름이 나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가 흔히 '제왕적'인 권한을 누린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대통령의 모습이 드러난다. 국정운영을 위해 스스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많지 않다는 바로 그 이유로 인해 대통령이 설득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자원 또한 마땅치가 않다. 여당이야 대표를 징계할 수도 있고 '핵관'들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야당에 대해서는 해당 사항이 없다. 장관 등에 대한 인사권을 사용하여 관료들을 잠시 통제할 수는 있을지라도, 결국 시간은 대통령보다는 관료들의 편이다. 결국 대통령이 설득을 위해 기댈 수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지지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광범위한 동의, 그래서 설사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일단은 대통령에게 협조하는 것이 스스로의 정치적 미래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야말로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해갈 수 있는 동력이 된다.

다시 말해서 대통령이 다른 행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들을 설득해야 하며, 낮은 지지율은 바로 이러한 기본 조건이 달성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겠다"는 말은 자가당착이다. 물론 지지율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지지율의 도움 없이 열심히만 일하는 것은 반향 없는 메아리, 허무한 자기 위안일 뿐이다. 혹시라도 출근길에 잠시 멈춰서서 기자들과 피상적인 질문 몇 개를 주고받는 것으로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착각이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오만이라고 불러야 할까?

마지막으로 낮은 지지율에 대한 처방이 소위 인적쇄신에 그친다면 그 또한 실망이다. 쇄신의 대상이 될 것은 대통령이 국민을 비롯한 다른 정치 행위자들을 설득하는 방식과 내용이지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몇몇 참모진이 아니다. 대통령이 지금까지의 국정운영 방식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쇄신의 대상으로 삼아 변화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실 주변의 몇몇 인사들을 교체하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우며 나아가 이후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뿐이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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