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 된 우크라 자포리자 원전..."핵 재앙 위험"

입력
2022.08.08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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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의 인도적 구호 물품 배급소에서 주민들이 빵을 받고 있다. 자포리자=AP 뉴시스

지난 4일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의 인도적 구호 물품 배급소에서 주민들이 빵을 받고 있다. 자포리자=AP 뉴시스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 이틀 연속 포격이 가해진 사건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이 안전을 위해 서로가 물러나라고 요구하며 공방을 벌였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회사 에네르고아톰의 페트로 코틴 사장은 현지 TV에 출연해 "세계 공동체와 파트너들이 침략자를 원전에서 철수하게 하고 그곳을 비무장지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평화유지단을 파견해 원전을 통제하게 하고, 그런 다음 우크라이나가 원전을 통제하게 함으로써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틴 사장은 또 "사용후 핵연료 저장고 1개가 부서지면 지역적 사고가 되겠지만, 만약 2개나 3개가 부서지면 피해 규모가 훨씬 클 것"이라며 "이 경우 재앙의 규모를 상상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반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원전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은 잠재적으로 엄청나게 위험한 행위"라며 "유럽 영토를 포함한 방대한 지역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동맹국이 이 같은 포격의 재발을 막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자로 6기를 보유한 자포리자 원전 단지는 단일 시설로는 유럽 최대 규모로, 개전 직후인 3월 초 러시아군에 점령됐다. 우크라이나 안팎에서는 이곳이 전쟁 중 공격 목표가 돼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와 같은 참사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5일과 6일 연이어 자포리자 원전에 포격이 가해져 화재가 발생하고 작업자 1명이 다쳤다. 6일의 경우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한 저장시설 주변에 로켓포가 떨어졌으나 천만다행으로 방사능은 유출되지 않았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러시아측 관계자를 인용해 자포리자 원전이 지난 주 두 차례 포격 피해에도 불구하고 정상 가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핵 테러'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공격을 멈추라고 요구하는 등 책임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핵 재앙의 실재적 위험이 부각됐다.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원전 공격은 '자살행위'라고 경고하고 핵 보유국에 대해 핵무기 선제 사용 금지를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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