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린 일회용 마스크, 새들에겐 살생 무기

입력
2022.08.08 19:15
수정
2022.08.08 19:20
17면

생활 쓰레기가 조류 생태계 '파괴'
팬데믹 이후 '개인 보호 장비' 쓰레기 폭증
'일회용 마스크'로 인한 조류 피해 가장 심각

조류 부리에 일회용 마스크가 걸려 있다. 트위터 캡처

조류 부리에 일회용 마스크가 걸려 있다. 트위터 캡처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폭증한 일회용 마스크나 장갑 등 방역 쓰레기가 조류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염병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개인 보호 장비가 야생동물에게는 재앙이 된 셈이다.

5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온라인 참여형 환경 프로젝트 '새와 쓰레기(Birds and Debris)'를 운영하는 연구원들은 "조류에게 큰 피해를 주는 생활 쓰레기의 4분의 1가량은 개인 보호 장비"라며 "방역 쓰레기 중에서도 대부분은 일회용 마스크"라고 전했다. 마스크 끈에 다리가 묶여 날지 못하거나 찢어진 마스크 조각을 먹고 죽는다는 것이다.

'새와 쓰레기'는 하이랜드 앤 아일랜드 대학교와 노스 하이랜드 칼리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환경 연구소에서 4년 동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인간이 배출한 생활 쓰레기가 전 세계 조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는 게 목적이다. 온라인 이용자들이 전 세계에서 보내 온 피해 조류 사진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프로젝트 사이트에는 발에 검은색 비닐봉지를 매달고 날아가는 갈매기, 플라스틱 끈이 마구 묶여 있는 새 둥지, 부리에 낚시 그물이 감겨 죽은 왜가리 등의 사진이 올라와 있다. 전 세계 네티즌들이 사이트에 올린 사진 데이터만 400여 개에 달한다.

캐나다 달하우지 대학교 연구팀은 ‘새와 쓰레기’ 데이터를 토대로 방역 쓰레기와 조류 피해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냈다. 해당 사이트의 400여 개 사진 데이터 중 개인 보호 장비가 포함된 사진은 114건이었고, 이 가운데 일회용 마스크가 포함된 사진이 106건(93%)이었다. 개인 보호 장비로 인한 조류 피해 사례는 미국(29건), 영국(16건), 캐나다(13건), 호주(11건) 등 23개 국에서 확인됐다.

캐나다 연구팀은 지난달 25일 '종합 환경 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이 같은 내용의 분석을 담은 저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버려진 개인 보호 장비가 야생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발표했다. 저널은 "많은 국가에서 마스크 의무화 정책이 종료됐지만 팬데믹 기간 동안 버려진 수십억 개의 마스크 쓰레기는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나도 지구에 남을 것"이라며 "미래에 또 다른 전염병이 덮칠 때 같은 현상이 재발하지 않도록 쓰레기 처리 관련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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