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항전' 이준석, '배신' 낙인찍혔던 유승민과 다른 길 간다

입력
2022.08.07 17:30
수정
2022.08.07 22: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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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출범 이틀 전, 국민의힘 '폭풍전야'
'친이준석' 국바세, 9일 여의도서 대토론회
'찍어내기 피해자'로서 당내 비윤 구심 되나
이준석 "13일 기자회견"... 비대위 언급할 듯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4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4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따른 자동 해임 위기에 직면한 이준석 대표가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 대표의 '정치 멘토'인 유승민 전 의원이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친박근혜계와 갈등을 빚다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던 것과 다른 길을 가겠다는 뜻이다. 유 전 의원은 오랫동안 '배신의 정치'란 낙인을 지우지 못했는데, 이 대표가 앞서 '명예로운 결말'보다 '후회 없는 결말'을 택하겠다고 밝힌 배경이다.

비대위 출범 이틀 전 '폭풍전야'

비대위 체제 출범을 이틀 앞둔 7일 국민의힘은 폭풍전야처럼 고요했다. 이 대표 해임에 드라이브를 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은 침묵한 채 내부 단속에 주력했다. 9일 전국위에서는 주류인 친윤석열(친윤)계가 밀어붙이고 있는 비대위 전환은 무난히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상임전국위가 열렸던 지난 5일만 해도 수차례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을 직격했던 이 대표는 말을 아꼈다. 대신 이 대표와 가까운 의원이 측면 지원에 나섰다. 3선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국민의힘은 뻔히 죽는데도 집단으로 뛰어드는 레밍과 같은 정치를 하고 있다"며 "이준석 해임 당헌 개정안은 당이 파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개정안 부결을 촉구했다. 이어 "개정안이 통과되는 즉시 이 대표 측은 자신의 명예와 정치생명을 지키기 위해 법원에 비대위 무효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며 "법원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 당은 극심한 내홍에 휩싸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준석 측 '국바세', 집단소송·탄원 준비

이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 등이 참여하고 있는 '국민의힘바로세우기'(국바세)는 8일 서울 여의도에서 100여 명의 당원 및 당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대토론회를 연다. 이 대표가 주도한 '나는 국대다'에서 선발된 청년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국바세에는 이 대표 지지자 5,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비대위 전환 저지를 위해 집단소송과 탄원서 제출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비대위 전환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소송에 참여할 책임당원 1,000명 모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원들이 선출한 대표가 부당하게 해임될 경우 당원권이 침해된다는 취지로, 이날까지 395명 정도가 청구인단으로 동참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기자회견은 8월 13일에 합니다"라고 밝혔다. 비대위가 출범할 경우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을 한 뒤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친윤 탄압' 이미지로 비윤 구심점 노리나

이 대표 측 움직임은 당장 대표직 복귀를 노리기보다 다음을 기약하는 포석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 문자메시지 유출을 계기로 이 대표가 친윤계의 '찍어내기 피해자'라는 동정 여론이 커진 만큼, 이번 갈등을 비(非)윤계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더욱이 여론도 윤 대통령과 친윤계에 우호적이지 않다. 정부 출범 석 달 만에 20%대로 주저앉은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과 더불어민주당에 역전당한 국민의힘 지지율은 이를 대변한다.

국바세를 비롯해 이 대표 측 조직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비대위 체제 후 차기 전당대회에서 영향력 행사에 나설 수도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가 징계 결정 이후 전국을 다니며 청년 당원들을 만난 것도 향후 정치행보를 위한 포석 아니겠느냐"며 "윤핵관으로부터 탄압받는 모습이 부각될수록 이 대표의 정치적 체급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유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어린 아이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내용이 담긴 스웨덴 팝 그룹 아바(ABBA)의 '치키티타'(Chiquitita)를 공유했다. 이를 두고 대표직 해임 위기에 처한 이 대표를 응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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