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함 꾸짖는 해인사 풍경 소리

입력
2022.08.08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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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경내 알록달록한 연등 사이로 미세한 바람에도 춤을 추는 한 마리 물고기가 만들어내는 청량한 풍경소리에 더위처럼 사소한 불편함에 금방 지치는 자신의 나태함을 반성해 본다.

해인사 경내 알록달록한 연등 사이로 미세한 바람에도 춤을 추는 한 마리 물고기가 만들어내는 청량한 풍경소리에 더위처럼 사소한 불편함에 금방 지치는 자신의 나태함을 반성해 본다.

경남 합천군 해인사로 향하는 계곡은 폭염으로 달궈진 속세와는 사뭇 다른 얼굴을 가졌다. 계곡 옆으로 이어지는 한적한 숲길을 걷노라면 우선 계곡 사이로 부는 골바람이 부드럽게 얼굴을 간질인다. 귓전으로는 여울을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에 속세의 시름은 조금씩 사라진다.

발걸음을 얼마나 내디뎠을까. 사찰 입구에 도착해 주변을 살피는 순간 잠시 잊었던 고온다습한 날씨가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 조금 전 숲길이 천국이라면 지금은 지옥 불에 마주 선 느낌이랄까. 재차 그늘을 찾아 발길을 재촉했다. 잠시 후 어디선가 들려오는 청량한 종소리.

해인사 경내 알록달록한 연등 사이로 보이는 처마 밑 풍경의 청량한 종소리가 더위에 지친 중생들을 위로하고 있다.

해인사 경내 알록달록한 연등 사이로 보이는 처마 밑 풍경의 청량한 종소리가 더위에 지친 중생들을 위로하고 있다.

눈을 돌리니 알록달록한 연등 사이로 미세한 바람에도 춤을 추는 한 마리 물고기가 보였다. 그 물고기가 움직일 때마다 조금 전 들었던 청량한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절은 왜 풍경을 달고, 하필이면 물고기 모양일까. 누구는 산새들이 절에 부딪힐까봐 소리로 알려주는 것이라 하고, 누구는 잠잘 때도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처럼 부지런히 도를 닦으라는 의미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나에게 이날 풍경소리는 자연의 더위에 금방 지쳐 나태해진 나의 게으름을 꾸짖는 소리처럼 들렸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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