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활동은 적극적인 소통이다

입력
2022.08.08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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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회사는 지난 2년간 모 연기금이 발주한 '배당정책 합리성'에 대한 연구 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수행 중 여러 번 의아했던 점은 여러모로 모범적인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시장과의 소통'에 대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기업은 공시나 뉴스 등을 통한 압축된 선언으로 시장과의 소통이 완결되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2021년 있었던 일이다. 당시 'A사는 향후 3년간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정책을 유지하는 한편, 잉여현금흐름의 50% 내에서 잔여재원이 발생하면 이를 추가로 환원하는 정책도 유지하기로 했다'는 뉴스와 공시가 나왔다. 그런데 필자가 만나 본 애널리스트는 '잉여현금흐름'의 정확한 정의(계산방식, 금액)나 '50%'의 근거와 장기적 최적 자본구조에 대한 기업의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기업들이 내놓은 최소한의 절제된 설명 이상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투자자와 분석가는 상당수 존재할 터인데 말이다.

건설 및 부동산업, 철강, 화학, 2차 전지 등 소재업, 그리고 IT산업 등에 속한 다수의 기업들이 지난 수년간 이익을 크게 늘렸다. 그렇지만 투자(주로 설비투자와 인적 자원 투자)가 늘지 않았거나 배당을 늘리지 않은 기업들도 있다. 경기변동에 민감한 기업들은 투자와 배당에 대한 의사결정을 미루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 다가올 불황에 대비한 현금 비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기업이익이 늘어났음에도 주가는 정체된 상장 기업들은 대체로 경영자의 의사결정 과정에 투자자들과의 소통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의도에서 이름난 펀드매니저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떤 기업들은 기관투자가의 기업 방문도 허락하지 않고 심지어는 "번거롭게 하지 말고 우리 기업 주식 파세요"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한다. 특정 기업들은 과연 주주들을 위한 행동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까지 들기도 한다고 했다. 불안해서 투자할 수가 없다고…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과연 기업공개(IPO)의 의미는 무엇일까를 고민한다. 일부 증권사의 기업공개 주선 담당자나 상장을 준비하는 창업가들이 창업의 최종 목표가 상장인 것처럼 이야기할 때 노파심은 커진다. 상장을 통해 주관 증권사와 창업가가 돈을 버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상장비용 혹은 주식자본비용은 교과서에서 배우는 공식에 의한 것보다 더 클 수 있다.

그렇지만 기업공개의 본질은 돈이 아니다. 기업의 경영철학과 의사결정을 100%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외부의 투자자들과도 생각과 활동을 일정 부분 공유하겠다는 의지이다. 경영철학과 활동을 공유하는 과정의 마찰과 번거로움을 알고서도 세상과 함께하겠다는 뜻이 담긴 게 상장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의사결정을 감시하거나 간접적으로라도 조언하는 훌륭한 투자자가 많아지면 기업 경쟁력은 커지고 이것은 곧 국가의 경쟁력이 된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활동은 바로 이러한 적극적인 소통일 것이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을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시키고 기업의 비전과 의사결정 배경을 (지금보다는) 친절하게 공유하는 그런 적극적인 소통일 것이라 생각한다. 주가 부양 의지를 확인할 수 없는 소위 방치된 상장기업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조윤남 대신경제연구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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