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외교책사 문정인 "尹대통령, 펠로시 방한에 무난한 대처"

입력
2022.08.05 11:00
수정
2022.08.0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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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민주당 '윤 정부 외교 참사' 주장에 "부적절" 일축
윤 정부 '한미동맹 우선' 외교에 "그럴 수 있어"
"칩4 동맹... 국익과 기업 이익 조화시켜야"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윤석열 정부의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방한 대처에 대해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5일 "무난한 대처"라고 평가했다. 전 정부 '외교 책사'였던 그는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전화로 회담한 것을 두고도 "적절했다"고 논평했다.

문 이사장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더불어민주당이 낸시 펠로시 방한에 대한 정부 대처를 두고 '외교 참사'라 질타하는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펠로시의 카운터 파트너(협상 상대)는 김진표 국회의장"이라고 못 박으며 "대만 의전이 이랬다, 싱가포르는 이랬다고 비교하지만, 그건 그쪽(의 의전)이고, 우리는 우리 의전 절차가 있다. 이게 왜 큰 문제가 되느냐"고 되물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3일 밤 경기 오산 미군기지에 도착해 다음 날 김진표 국회의장과 양자회담을 나눴다. 휴가 중인 윤 대통령과는 오후에 40분간 전화로 회담했다. 문 이사장은 "윤 대통령과는 포괄적 동맹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국회의장과는 한미 간 의원 협력과 북한 비핵화 협력을 논의했다"며 "무난했다"고 평했다.

윤 대통령의 '전화 외교'를 두고는 "대통령이 휴가 중인데 (펠로시를) 만나면 굴욕 외교라고 하고, 안 만나면 중국 눈치 본다고 할 텐데 전화로 한미관계 얘기하는 게 적절했다"며 "정부가 말하는 걸 (비판하는 쪽도)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이어 "미국 대통령이 휴가 중에 특정 인사를 만나지 않는다"며 "미국에서 휴가는 개인적 영역이라고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의전 논란에 "대만 건널 때 보안 필요...도착시간 통보 못 했을 것"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3일 오후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 대사, 폴 라카메라 주한미군사령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주한미국대사관 트위터 캡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3일 오후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 대사, 폴 라카메라 주한미군사령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주한미국대사관 트위터 캡처.

낸시 펠로시가 한국에 도착할 당시 한국 의전 담당이 한 명도 나오지 않을 것을 두고는 "펠로시가 (안 나와도 된다고) 통보했다"면서 "대만 건너올 때 보안을 요했고 사전에 도착시간을 (한국에) 미리 통보 못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착 한두 시간 전에 우리 국회의원을 나오라고 하는 것도 결례"라는 말이다.

윤석열 정부가 안보를 넘어 기술까지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데 대해서는 "그렇게 갈 수는 있겠지만, 고민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 대만, 일본 등 4개국 반도체 협력 확대를 위한 '칩4 동맹' 참가를 요청하는 데에 대해서는 "국익과 기업의 이익을 조화시키면서 지금 국면 극복하는 게 과제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 이사장은 "국가가 생각하는 전략적 이익이 한 축에 있고 기업의 이익이란 다른 축이 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가 중국에서 40%, 홍콩에서 20% 벌어서 미국에 투자하는데, 미국(공급망)에 집중하면 타격이 크다"고 덧붙였다.

문 이사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한반도 평화번영 정책에 대한 이론 구축과 국제사회 홍보 활동에 깊이 관여해 왔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에 이론적으로 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출범 초기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멘토'로 불리며 정부의 외교·안보, 대북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다만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는 다소 청와대와 거리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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