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는 중국... 미사일 11발 쏟아부으며 '대만 침공' 실전 연습

입력
2022.08.04 19:00
수정
2022.08.04 21:5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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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대만행 후폭풍 대만해협 강타
중국, 대만해협서 중간선 너머로 사격
동부해역에도 탄착...대만 상공 가로지른 듯


4일 중국중앙(CC)TV에 공개된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사령부가 대만 인근 해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모습. 중국군은 이날 최소 11발의 발사체를 대만 주변 수역으로 발사했다. CCTV 화면 캡처. AP 연합뉴스

4일 중국중앙(CC)TV에 공개된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사령부가 대만 인근 해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모습. 중국군은 이날 최소 11발의 발사체를 대만 주변 수역으로 발사했다. CCTV 화면 캡처. AP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격분한 중국이 4일 대만을 에워싸고 최소 11발의 발사체를 발사하는 등 전례없는 고강도 군사훈련을 하는 것으로 분풀이했다. '대만 침공'을 전제로 한 훈련이어서 대만해협 주변은 '전쟁 실전 연습장'이 됐다.

중국군은 대만 동부 해역에 미사일을 쏟아부었다. 일부 미사일은 대만 상공을 가로질렀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극단적 대치 상황 앞에서 중국이 망설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떠난 지 하루 만인 4일 정오를 기해 대만 주변 7개 구역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개시했다. 당초 '6개 구역에서 7일까지 훈련'을 예고했으나, 훈련 지역을 1곳 추가하고 훈련 기간도 8일 오전 10시까지로 연장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훈련을 "대만 통일 연습(Rehearse reunification operation)"이라고 명명했다. 중국이 '대만 통일'을 내걸고 군사 훈련을 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의 선 넘는 보복에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졌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은 3일 공동성명을 내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구실로 대만해협에서 군사 활동을 벌이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평화적 수단으로 이견을 해소하라"고 요구했다.

中 대만 상공 관통 발사 가능성...군사 주권 과시

대만을 관할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대만 동부 여러 지역에 다양한 형태의 재래식 미사일을 집중 타격했고, 미사일은 전부 목표물을 명중시켰다"고 과시했다. 이어 "육군 부대도 대만해협 중간선 너머로 장거리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중국과 대만의 실질적 경계선으로 여겨지는 중간선을 사실상 무력화한 것이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 공산당이 이날 오후 1시 56분 부터 4시까지 대만 북부, 남부, 동부를 둘러싼 해역에 'DF(둥펑)' 계열 탄도미사일 11발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중국과 대만 전문가들은 각각 사거리 1,000㎞와 1,500㎞인 DF-15·16 미사일 등을 발사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미사일 발사 원점이 대만 서부 해역 또는 중국 본토라면, 대만 상공을 관통했다는 뜻이 된다. 중국군이 대만해협 중간선과 대만 섬 상공을 가로지르는 사격을 실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만의 영토·영해·영공은 대만의 것이 아니라 중국의 군사 주권이 미치는 곳"이라고 선포한 셈이다.


주일미군 차단 전술..."개 가두고 때리는 형국"

중국은 '미사일 공포'를 조장해 대만 국민의 독립 의지를 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만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점을 각인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군이 설정한 전술적 목표는 주일미군 기동 차단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만 북서쪽에 설정된 훈련 구역은 일본 열도 남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일부를 포함하고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유사시 미국이 동원할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 공군에 대한 요격 훈련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을 가리킨다. 솨이화민 전 대만 육군 중장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대만 섬을 봉쇄하는 방식의 이번 훈련은 무력 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미래 행동 계획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대만 침공 시나리오'를 보란 듯 펼쳤다는 얘기다. 중국 해군학술연구소의 장쥔서 연구원은 "개를 집에 가둬 놓고 때리는 형국의 훈련"이라고 묘사했다.

4일 훈련으로 대만을 오가는 항공편의 발이 대거 묶였다. 3일 대만 행정원에 따르면, 18개 국제선 항로가 영향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대만을 오가는 항공편 900개의 운항 일정이 연기되거나 조정될 전망이다. "대만과 거래하는 제3국 누구든 경제적 손실을 보거나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 이번 훈련에 담긴 또 다른 메시지인 셈이다.

"대만 오히려 고통...펠로시 대만행 적절했나" 비판론

중국에 대한 비판이 쇄도하는 가운데, "펠로시 의장의 방문으로 대만이 되레 고통스럽게 됐다"는 회의론도 미국에서 고개를 들었다. 미국 CNN방송은 "중국이 대만의 평화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이 역시 거대한 계산 실수"라면서도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후과를 감내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쌓여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펠로시 의장의 이번 방문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각별히 공을 들여온 조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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