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수볼' 안익수 FC서울 감독... "팬 눈높이 맞추는 건 축구인으로서 의무"

입력
2022.07.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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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축구리그 보며 축구 트렌드 '공부'
개인훈련·외인 영입으로 '득점력 부재' 해결
"서울만의 색깔 보여주면 결과 따라올 것"

'익수볼'의 주인공 안익수 FC서울 감독이 경기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공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익수볼'의 주인공 안익수 FC서울 감독이 경기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공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최주연 기자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2위를 차지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리버풀은 각자의 고유한 팀 색깔을 가졌다. 맨시티는 후방부터 차근차근 이어지는 빌드업 축구로, 리버풀은 ‘게겐프레싱’이라 불리는 전방위 압박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빅리그의 수준 높은 전술을 K리그에 접목한 팀이 있다. ‘익수볼’의 주인공, 안익수 FC서울 감독을 25일 경기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났다.

“축구 팬들은 밤을 세워가며 선진 축구를 보잖아요. 그들의 눈높이에 다다르지 않으면 저희는 존재 이유가 없죠.”

안익수 감독은 인터뷰 내내 “팬들의 니즈”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단순히 이기는 축구가 아닌, 팬들이 납득할 만한 경기력을 선보여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팬들이 그의 축구에 ‘익수볼’이라는 별칭을 붙인 이유이기도 하다.

‘익수볼’이 지향하는 축구 스타일에 대해 묻자 안 감독은 “기본적으로 빌드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긴 시간 설명을 이어갔다. “축구는 공·상대 선수·동료 선수·공간, 이 네 가지 요인들이 끊임없이 판단을 요하는 스포츠예요. 세부적으로는 수비시에는 우리 동료와 상대방의 위치를 본 후 빈 공간을 어느 타이밍에 커버하느냐가 관건이고, 공격에서는 공간을 어떻게 창출해내고 이때 발생한 공간을 시간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싸움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 만 가지의 상황 변화가 나타나는데, 그 변화에 상대보다 빨리 대처하고 공략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무의미한 패스나 슛보다는, 끊임없이 생각한 뒤 계산된 공격루트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는 이 같은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해외축구를 공부한다. 안 감독은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AT마드리드(스페인 라리가)를, 공격적인 부분은 맨시티, 리버풀을 많이 참고하고 있다”며 “최근 전술적으로 앞서가고 있는 첼시(EPL) 경기도 챙겨본다”고 말했다. 강팀들의 경기만 보는 것도 아니다.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이 이끌었던 리즈 유나이티드(EPL),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선전하고 있는 덴마크 등 이른바 ‘언더독’들의 경기도 찾아본다. 그는 “서울이 가야 할 방향성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게 어떤 팀이든 받아들이려 한다”며 “여기에 다시 서울의 색채를 입히고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안 감독의 축구 스타일은 기록으로도 잘 나타난다. 서울은 22라운드까지 경기당 점유율 63%·패스 성공 583회로 K리그1에서 1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단거리패스(누적 6,822회)가 롱패스(796회)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그만큼 볼 소유와 빌드업을 중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경기장악력이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서울의 총 득점은 27점으로 12개 구단 중 8위다.

이에 대해 안 감독은 “선수들이 팀 훈련 이후에 개인적으로 슈팅 훈련을 많이 하고 있는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 같다”며 “전에 비해 나아지고 있어서 크게 걱정은 안 한다”고 말했다.

득점력을 보완할 선수도 영입했다. 우선 지난 13일 전북 현대로부터 해결사 일류첸코를 데려왔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의 경기에서 일류첸코가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터트려 2-1 역전승을 거뒀다.

여기에 일본인 미드필더 오가와 케이지로도 새로 합류했다. 안 감독은 “케이지로는 미드필더간 유기적인 움직임에 큰 도움이 될 선수”라며 “볼 소유를 하면서 상대의 수비벽을 허무는 플레이를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두 외인의 영입으로 ‘익수볼’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 안 감독의 올해 최종 목표가 궁금했다. 그러나 그는 가시적인 결과보다는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 방점을 찍었다. “서울이 지향하는 축구가 완성체로 자리매김한다면 결과는 따라올 거라고 봐요. 특히 올해에는 2, 3일 쉬고 바로 경기를 하잖아요. (체력 문제 때문에) 서울만의 색깔을 제대로 못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올해 월드컵이 끝나고 내년에 정상적인 스케줄로 경기를 치르게 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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