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수비진 뒤흔든 강원FC 양현준 "세계적인 선수들 제치니 얼떨떨 했어요"

입력
2022.07.22 15:33
수정
2022.07.22 15:3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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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토트넘과 팀K리그의 경기에 출전한 강원FC의 양현준이 오른발로 강한 슈팅을 날리고 있다. 뉴스1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토트넘과 팀K리그의 경기에 출전한 강원FC의 양현준이 오른발로 강한 슈팅을 날리고 있다. 뉴스1

토트넘과 팀K리그의 친선전이 펼쳐진 지난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전반 32분 앳된 선수 한 명이 경기장에 들어섰다. 처음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그는 전반 추가 시간 화려한 드리블로 토트넘 수비수 라이언 세세뇽과 에릭 다이어를 연달아 제친 뒤 강한 오른발 슈팅을 때렸다. 공은 골대를 살짝 빗겨갔지만 관중들은 그의 저돌적인 플레이에 열광했다.

그의 진가는 후반전에 더욱 빛났다. 후반 6분 라스(수원FC)의 득점을 도와 공격포인트를 올렸고 세계적인 선수들 사이에서 마르세유턴까지 선보였다. 후반 17분 교체될 때까지 그가 경기장을 누빈 시간은 30분 남짓이었지만, 이날 경기장을 찾은 6만4,000여 관중은 강원FC의 신성, 양현준(20)에 매료됐다.

“그냥 얼떨떨 했어요.”

양현준은 22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토트넘전 어시스트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당시 맹활약으로 적지 않은 축구팬들의 관심이 쏟아졌지만 아직 실감나지 않는 듯한 말투였다. 그는 “패스가 예상보다 살짝 길어졌는데 라스가 잘 처리해줘서 공격포인트를 올릴 수 있었다”며 동료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토트넘 선수들의) 피지컬도 좋고 템포도 빨라서 처음에 깜짝 놀랐다”며 “(당시 내 활약도) 토트넘 선수들이 프리시즌이라 컨디션이 완벽하게 올라오지 않아 가능했던 것 같다”고 몸을 낮췄다.

토트넘과의 일전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지만, 사실 그는 K리그 팬들에게 이미 이름이 알려진 선수다. 2021년 입단한 양현준은 라운드 초반 2군팀 격인 강원FC B 소속으로 K4리그에서 뛰었다. 이곳에서도 그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3월 개막전 득점을 시작으로 꾸준하게 활약하면서 팀의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단 두 달 만에 1군에 콜업될 정도로 '준비된 선수'였다. 그러나 K리그1은 만만치 않았다. 그는 “K리그1은 K4리그보다 템포가 빠르고 상대선수들도 더 거칠게 압박해 들어온다”며 “또 처음 콜업됐을 때 긴장을 해서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이래저래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적응기를 거친 올해는 라운드 초반부터 K리그1 무대를 휘젓기 시작했다. 3월 5일 4라운드 대구FC와의 경기에서 K리그1 데뷔 후 첫 도움을 기록했고, 같은 달 19일 수원FC, 4월 6일 FC서울과의 경기에서도 어시스트 행진을 이어갔다. 그리고 4월 10일 포항과의 경기에서 K리그1 데뷔골까지 터뜨렸다. 급성장 비결을 묻자 그는 “최용수 감독님이 적극적으로 플레이하라고 말해주셔서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려 했다”며 “몸에 힘을 빼고 경기에 나서자 대구전에서 공격포인트를 올렸고, 이를 계기로 다시 자신감이 붙는 선순환이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달 16일 수원FC와의 리그 경기에서 2골 1도움의 ‘원맨쇼’를 보여준 원동력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양현준은 “토트넘 경기 이후 응원과 축하 메시지를 정말 많이 받았다”며 “확실히 더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가 됐고, 이런 부분이 경기에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

젊은 나이답지 않게 갑자기 쏟아진 스포트라이트에도 전혀 들떠 있지 않았다. 오히려 개인보다 팀을 우선으로 생각했다. 그는 “올해 목표는 개인 타이틀이 아니라 팀이 창단 이후 최초로 파이널A(파이널 라운드 중 리그 1~6위가 속한 상위 스플릿)에 드는 것”이라며 “팀 동료들에게 인정받고, 감독님께 신뢰받고, 팬들에게 믿음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개인 타이틀과 태극마크에 대한 욕심도 아직까지는 크지 않다.

“굳이 개인 목표를 꼽자면 올해 리그에서 공격포인트 10개(현재 4골·4도움)를 올리는 거예요. 이를 달성하면 다시 15개로 상향 조정할 생각입니다. 성인국가대표는 감히 생각도 안하고 있습니다. 아직 제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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