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성공률, 누리호 성공이 우리에게 남긴 것

입력
2022.07.18 19:00
25면

편집자주

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 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지난달 21일 누리호 발사 장면.

지난달 21일 누리호 발사 장면.

지난달 21일 있었던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2차 시험발사는 모든 과정이 정확하게 예상했던 대로 순조롭게 이루어진 완벽한 성공이었다. 보통 신형 우주 발사체의 성공 확률을 30%로 보고 있을 정도로, 발사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다. 우주에서 첫 시도에 성공하는 일은 발사체에도 인공위성에도 매우 드문 일이다.

성능검증위성이 먼저 분리되었고, 궤도에 안정적으로 안착한 모습이 한국천문연구원이 운영하는 지상 망원경에 포착되었다. 전자 광학 망원경은 누리호 3단과 성능검증위성, 위성모사체가 목표로 했던 궤도에 무사히 안착했음을 확인했다. 성능검증위성의 자세 제어가 안정되고, 모든 기능이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한 이후에 4기의 큐브 위성이 순서대로 성능검증위성으로부터 분리되었다. 모 위성으로 분리되는 사출 과정은 모두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문제는 위성이 사출된 이후에 지상국과 양방향 통신에 성공하는 것과, 위성이 우주에서 정확한 자세 제어를 하면서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전력을 자체 생산하는 일이다. 대부분의 큐브 위성이 이 단계를 통과하지 못하고 실패한다. 이번에 누리호에 탑재된 4기의 큐브 위성 중, 카이스트와 서울대팀의 랑데브 및 스누그라이트는 양방향 통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조선대와 연세대의 스텝큐브랩-2와 미먼은 아직까지 양방향 통신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대팀은 배터리 방전으로 큐브 위성 스스로 비상모드에 들어갔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큐브 위성은 크기가 작기 때문에 통신 연결에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2018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차세대 우주망원경 기술을 검증하는 큐브 위성 ‘카니발엑스’를 쏘아 올렸을 때도 통신 성공에 40일이나 걸렸다.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추후 교신 성공 여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까지의 사출 위성 성공률은 50%다. 누리호 이전 우리나라의 큐브 위성들이 모두 교신에 실패했던 것에 비하면 성공률은 많이 높아졌다. 이와 함께 누리호의 성공률도 50%가 되었다. 1차 시험발사 때는 3단 엔진의 연소가 46초 일찍 끝나는 바람에, 위성을 목표 궤도에 올려놓는 데 실패했었다. 총 2번의 시도 중 한 번 성공했으므로, 성공률은 50%가 된다. 앞으로 반복 발사를 통해서 이 발사 성공률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누리호는 우리나라가 우주로 가는 문을 열었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다음 목표는 바로 달이다. 우리나라는 오는 8월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를 발사하고, 2030년에는 누리호 기술을 이용해 달 착륙선과 로버를 보낼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지구 저궤도와 정지궤도에서만 인공위성을 운용하고 있지만, 다누리가 성공하면 우리나라의 우주 영역은 달까지 확장하게 된다.

누리호의 발사 성공과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로 인해 우리나라의 우주산업은 날개를 달게 됐다. 민간 주도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우주산업클러스터 조성이 추진된다. 발사체 특화지구를 꾸려 민간 전용 발사장과 엔진 연소시험장을 구축할 예정이다. 발사체 특화지구는 전남 고흥, 위성 특화지구는 경남 사천이 유력하다. 발사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2027년까지 누리호를 4회 반복 발사하게 된다. 누리호 2차 발사 성공과 함께,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을 통한 제도 마련, 우주개발중장기 계획에 우주탐사를 반영하는 등 현재는 우리나라의 우주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변화는 항상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지속가능한 우주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황정아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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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아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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