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우디 "석유 공급 늘리고, 이란 핵무기 막고, 중국 견제한다"

입력
2022.07.16 17:49
수정
2022.07.1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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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원유 증산 규모·시기는 언급 안 해
이란 핵무장 우려·중국 기술 견제 공감대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5일 사우디 제다에서 만나 원유 증산 문제와 관련한 회담을 하고 있다. 제다=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5일 사우디 제다에서 만나 원유 증산 문제와 관련한 회담을 하고 있다. 제다=AFP 연합뉴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공급 확대, 이란 핵무기 저지,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 구축 등에 합의했다. 국제 에너지 시장을 안정화하고, 중동 지역 안보를 강화하며, 중국의 기술 지배력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그중에서도 역시 주요 관심사는 사우디의 원유 증산 계획인데, 구체적인 규모나 시기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에너지 위기 공동 대응… 사우디 증산 약속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이날 사우디 해변도시 제다에서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회담을 마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국과 사우디는 상호 이익을 증진시키고, 더욱 평화롭고 번영하며 안정된 중동 지역 발전을 위해 향후 수십년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양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전 세계를 강타한 ‘에너지 위기’에 공동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백악관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세계 석유 시장의 균형을 지원하겠다는 사우디의 약속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 “기후 대응 및 에너지 전환을 위해 전략적 파트너로서 협력하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 문제를 정기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일단 사우디로부터 증산 약속을 받아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우디가 향후 석유 생산량을 얼마나 늘릴지는 양측 모두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올 가을 생산량에 대한 세부사항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과의 더 큰 협정의 일환으로 8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사우디도 증산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며 “이번 논의를 토대로 사우디가 몇 주 안에 추가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치솟는 국제유가를 잡기 위해 산유국 도움이 절실한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 문제를 외면한다’는 비판에도 직접 사우디로 날아가 무함마드 왕세자와 마주 앉았다. 이날 회담 초반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놓고 양측 간 공방전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석유 증산 등 핵심 의제에 대해선 대승적으로 의견 일치를 이룬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도착해 알 살람 왕궁으로 향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마중 나온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악수 대신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제다=AP 연합뉴스

1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도착해 알 살람 왕궁으로 향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마중 나온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악수 대신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제다=AP 연합뉴스


이스라엘 이어 사우디와도 ‘이란 핵무장 저지’ 합의

성명에는 이란 핵 무장에 대한 우려도 담겼다. 양국은 “나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고, 무장 대리세력을 통해 테러를 지원하며, 지역 안보 불안을 조장하는 이란을 더욱 억제할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이란 핵무기 보유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사우디가 자국민과 영토를 지킬 수 있도록 안보와 국토방어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제항로에서 상선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슬람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와 시아파 대국 이란은 오랜 숙적이다. 2016년에는 국교를 단절했고, 예멘 내전과 시리아 내전에서는 사실상 대리전을 치르기도 했다. 이란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ㆍ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對)이란 제재를 복원하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제한하고 우라늄 농축도를 높이는 등 핵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에 앞서 방문한 이스라엘에서도 야이르 파리드 이스라엘 임시 총리와 회담을 하고 ‘이란 핵무기 보유 저지’ 노력에 합의했다.

조 바이든(왼쪽 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오른쪽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양국 고위 관리들과 함께 15일 사우디 해변도시 제다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제다=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오른쪽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양국 고위 관리들과 함께 15일 사우디 해변도시 제다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제다=로이터 연합뉴스


오픈랜 협력으로 사우디도 대중국 포위망 합류

또 하나 흥미로운 지점은 첨단 무선 기술 협력이다. 미국과 사우디는 ‘개방형 무선접속망(Open-RANㆍ오픈랜)’을 이용한 5G 기술 고도화 및 배치를 위해 협력 관계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오픈랜을 사우디에 보급하고 그곳에서 기술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얘기다.

오픈랜은 네트워크 장비운용에 필요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방형으로 구축하는 기술로, 상용화되면 통신망 구축시 통신사가 장비 제조사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은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 중국 화웨이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오픈랜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와의 오픈랜 협력은 대중국 포위망에 사우디를 끌어들인다는 의미가 크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오픈랜이 중국을 포함해 다른 플랫폼들을 능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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