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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연기하지 않는다, 아빠를 연기한다… 장애 품는 공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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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연극계에서는 지난달 말 개막한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리처드 3세'가 화제다. 골이형성증으로 오른팔과 손가락이 기형인 배우 아서 휴스가 타이틀 롤을 맡았다. 척추측만증을 앓은 리처드 3세 역할은 주로 비장애 배우가 몸이 굽고 뒤틀린 모습으로 연기해 왔지만 이번 공연에선 처음으로 장애 배우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이 작품에 대해 '가장 실감나는 리처드 3세'라고 평가했다.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는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음악극 '합★체' 연습이 한창이다. 9월 무대에 오르는 공연은 저신장 장애를 가진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쌍둥이 형제 ‘오합’과 ‘오체’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버지 역은 저신장 배우 김범진이 맡았다. 내달 31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이어지는 국립극장 2022-2023 시즌 프로그램의 주요 주제인 '무장애 공연' 중 한 편이다.
공연 예술계가 장애를 품기 시작했다. 최근 영미권에서 당사자성에 주목해 장애인 역할에 장애인 배우를 캐스팅한 무대 예술이 주목받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무장애 공연의 싹이 움트고 있다. 장애인 관객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공연장의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장애인 친화) 장치도 다양해지고 있다.
국립극장이 12일 공개한 2022~2023 시즌 프로그램은 총 61편으로 '다양성'과 '공존'에 방점을 뒀다. 특히 4편은 장애인의 문화 향유권을 늘리고 장애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자 기획된 무장애 공연이다. 음악극 '합★체'(9월 15~18일)에 이어 '리처드 3세'를 뇌성마비 고등학생의 이야기로 각색한 라이선스 초연 연극 '틴에이지 딕'(11월 17~20일), 장애인·소외계층 학생으로 구성된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의 '2023 함께, 봄'(내년 4월 15일), 미국 극작가 손턴 와일더의 희곡을 장애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 각색한 연극 ‘우리 읍내’(내년 6월 22~25일)가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장애 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에 따르면 장애 예술인 조사 모집단 7,095명 중 절반 가까이가 공연 예술인이다. 하지만 그간 이들의 활동은 주류 공연계와 분리된 채 이뤄져 왔다. 공공극장이 관련 민간 단체와의 협업을 늘려 가는 최근에서야 공적 영역에 편입되는 셈이다.
'합★체'의 연출을 맡은 장애인 극단 다빈나오의 김지원 상임 연출가는 지난해 10월 국립극장에서 시각 장애인 배우와 저신장 배우가 출연하는 소리극 '옥이'를 선보였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 4월 농인 배우들이 활동하는 극단 핸드스피크와 손잡고 수어 연극 '사라지는 사람들'을 무대에 올렸다. 국립극단의 연극 '인투디언노운(미지의 세계로, 엘사 아님)'에 출연한 농인 배우이자 핸드스피크 단원인 박지영은 5월 열린 백상예술대상 여자 연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아울러 공연장의 배리어 프리 서비스도 전용 휠체어석이나 수어 통역, 한글 자막 제공 수준을 넘어 진화하고 있다. 두산아트센터는 23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편입생'의 시각 장애인 관객을 대상으로 공연 전 무대 세트와 소품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터치투어'를 제공한다. 청각 장애인 관객은 개별 단말기를 통해 문자 통역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아르코예술극장에서도 지난해 8월 무용 공연 '피스트', 올해 6월 연극 '툇마루가 있는 집' 공연에 대해 터치투어를 마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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