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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영광의 시대' 종언... 신규 채용 확 줄인다

입력
2022.07.11 14:30
수정
2022.07.11 14:4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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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전자제품부문 고용 증가 둔화
IT업계 올 채용 지난해보다 감소 전망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 그는 최근 직원들에게 올해 엔지니어 신규 채용을 당초 계획한 것보다 30% 줄이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 그는 최근 직원들에게 올해 엔지니어 신규 채용을 당초 계획한 것보다 30% 줄이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 미국 고용시장의 '엔진' 역할을 했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최근 채용을 부쩍 줄이고 있다. 실리콘밸리 대형 기술 기업(빅테크)들은 직원 신규 선발을 늦추거나 기존 직원을 해고할 계획을 발표했고, 직원들에겐 "힘든 시기에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IT 고용시장 찬바람 분다

미국 노동부가 6일(현지시간) 발표한 6월 고용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부문 고용은 37만2,000명 늘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전 집계한 전문가 예상 증가치 25만 명을 크게 웃도는 '서프라이즈'다.

다만 세부 내용을 보면 IT 분야 고용시장엔 이미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컴퓨터 및 전자제품 관련 일자리는 전달 대비 2,300개가량 증가하는 데 그쳐, 올 들어 5월까지의 월평균 증가치(2,800개)에 미치지 못했다. IT 컨설팅업체 잰코 어소시에이츠도 6일 낸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 IT 업계 신규 채용은 19만6,000명에 머무르며 지난해(21만3,000명)보다 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빅테크들은 이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구체적으로 △트위터는 8일 인재개발팀의 30%를 해고했고 △테슬라는 지난달 말 자율주행차 부문 직원 200명을 내보냈으며 △1분기 유료 가입자가 11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든 넷플릭스도 전체 인원의 3%를 감원했다. 이밖에도 △아마존은 일부 지역에서 고용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유니티 소프트웨어게임스탑 등 게임회사들도 최근 직원들을 해고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신규 고용 축소를 선언한 곳도 있다. 지난달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엔지니어 신규 채용을 당초 계획보다 30% 줄이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의 에반 스피겔 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경제는 분명 더 나빠질 것이고, 그 속도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를 것"이라고 경고하며 채용을 늦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돈 쓸어담던 대호황은 끝

경기 침체가 길어질 전망이어서, 실리콘밸리 고용 상황은 갈수록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40년 만에 닥친 최악의 인플레이션, 온라인 광고 부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불확실성 등이 기술 기업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메타의 2분기 광고 매출이 전년 대비 '0% 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이 회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채용 규모가 줄더라도, 아직은 크게 걱정할 정도까진 아니라는 진단도 있다. 지난 몇 년간 기대 이상으로 많은 고용이 이뤄졌기 때문에 생기는 착시현상으로, 침체가 아니라 조정에 가깝다는 것이다. 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정규직 직원 수는 최근 5년 사이 총 56만3,000명으로 거의 두 배 늘었다고 한다. 구직사이트 집리크루터의 줄리아 폴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이 기술회사에 돈을 쏟아붓던 '영광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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