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응원가, 다시 불러도 될까요

입력
2022.07.11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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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 선수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에서 고별가를 듣고 있다. 뉴시스

박용택 선수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에서 고별가를 듣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 박용택 선수의 은퇴식에서 5년 만에 '금지곡'이 풀렸다. '무적 LG! 박용택! 오오 오오오~'로 시작하는 중독성 강한 응원가의 원곡은 ‘New Ways Always(뉴 웨이즈 올웨이즈)'다. 저작권 이슈로 그동안 부르지 못했던 이 노래는 이날에 한해 원곡자들의 대승적 허락으로 다시 야구장에 울려 퍼졌다.

박빙 승부의 긴장감 속에 등장하는 선수, 그리고 극적인 효과를 더하는 웅장한 사운드. 스포츠와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코로나19로 응원 문화가 원천봉쇄됐던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라. 음악이라는 조미료가 빠진 스포츠는 그 얼마나 김빠진 공놀이였던가.

스포츠의 일부분이던 대중음악은 2018년 일제히 자취를 감췄다. 20여 명의 작사·작곡가들은 "원곡을 원작자 동의 없이 마음대로 바꿔 수년째 응원가로 사용했다. 이는 동일성유지권과 2차적저작물 침해"라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에 4억2,00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법원은 구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곡을 편곡, 개사한 응원가가 대중적으로 알려져서 원곡과 헷갈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대중가요의 특성상 저작자로서는 어느 정도 변경 내지 수정을 예상하거나 감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동일성유지권과 2차적저작물 침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항소 절차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10월 2심 판결이 나왔다.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단은 1심과 동일했고, 성명표시권 침해에 대해서만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다.

통상적으로 응원가는 대중에게 익숙한 가요의 멜로디에 선수의 이름을 넣어 개사해 부르는 방식이다. 원작자와 구단 측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시작된 싸움이다. 이와 별개의 건이지만 롯데 구단의 대표 응원가인 '부산갈매기'도 저작인격권 문제로 틀지 못하고 있다.

구단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지방 구단의 마케팅 담당자는 "판례가 나오기 전까지는 조심스럽다"면서 "가급적이면 구단 자체 제작곡으로 대체하려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국 프로스포츠의 시그니처는 신나는 응원 문화다. 응원단장을 필두로 치어리더, 큰 북을 동원한 응원은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일본프로야구에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경기장은 선수 응원가부터 팀의 상징곡, 배경음악까지 다양한 음악으로 가득한 거대한 노래방이 된다. 결정적인 순간 '돌아와요 부산항에'(롯데) '남행열차'(KIA) '연안부두'(SSG)를 목놓아 부르는 '떼창 문화'는 야구가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로 자리 잡도록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불법이 판을 치긴 했지만 과거 길거리 리어카, 나이트클럽에서 흘러나온 음악은 제작자들 입장에선 최대 홍보의 장이었고, 곧 가수 인기의 척도였다. 저작권법이 안착한 이제부터라도 합당한 대우를 받겠다는 원곡자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프로스포츠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자신의 노래가 불려졌을 때의 득실을 따진다면 그렇게 날을 세울 일인가 안타깝다.

작곡자들은 팬들에겐 미안하다고, 돈 때문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그러면 스포츠 응원가로 사용 허락 절차를 간소화할 수는 없을까. 원곡자, 구단, 선수, 팬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지도 모른다.

성환희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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