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환율 파고에 "한은 '빅 스텝' 임박"

입력
2022.07.05 16:57
수정
2022.07.05 17: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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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통위서 사상 첫 빅 스텝 무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열린 물가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열린 물가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 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6%를 뚫은 물가에 더 강력히 대응할 필요성이 커져서다.

한은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한은이 이날 빅 스텝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연 2.25%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8년 11월 이후 약 24년 만에 6%를 뚫은 데다, 물가가 더 오르리라 전망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3.9%)마저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만큼, 통상적인 기준금리 인상폭(0.25%포인트)을 웃돌 수밖에 없을 거란 논리다.

5일 한은도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 '물가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고유가 지속,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 증대, 전기료와 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으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물가 상황이 고착되지 않도록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을 각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13일 금통위 테이블에 6월 소비자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 지표를 가장 우선순위에 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원·달러 환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1,300원을 웃도는 불안한 상황도 한은의 긴축 행보를 부추기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화 가치를 끌어올려 수입물가 상승과 자본 유출을 막아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어서다. 한은은 지난달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달러화 강세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 현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라며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3.2원 오른 1,300.3원에 마감하며 지난달 23일 이후 8거래일 만에 1,300원을 재차 뚫었다.

시장은 한은의 빅 스텝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세도 가팔라지고 있는 만큼 7월 한은이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신영증권도 "당분간 주요국의 가파른 긴축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 7월 한은의 빅 스텝이 유력하다"며 "하반기 남은 회의(8월, 10월, 11월)에서도 금리 인상이 이어질 수 있어 연말 최대 3.0%에 도달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빠르게 식고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앞서 이창용 총재도 "물가를 비롯해 가계 이자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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