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커 쇼크’가 뭐길래... 코로나 보복 소비마저 짓눌렀다

입력
2022.07.05 19:00
소매판매액지수 증가율, 5개월 연속 감소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기침체 본격화 우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0%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 5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차량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티커 쇼크'란 게 있다. 제품 가격표(스티커)를 본 소비자들이 충격(쇼크)을 받을 정도로 물가가 올라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뜻이다. 고물가 시대에 등장하는 이 생소한 단어가 방역 조치 완화와 더불어 친숙해진 '보복 소비'를 짓누르고 있다.

고물가로 엇나간 소비회복 기대

위드 코로나 전환이 선사했던 소비 회복 기대는 외환위기 수준의 고물가 앞에 힘을 잃었다. 소비는 늪에 빠졌고 한국 경제는 점차 침체의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취약 차주가 연쇄 도산하고 기업 투자마저 쪼그라들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가계의 종합적 소비심리를 드러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해 11월(107.6)을 정점으로 점차 낮아져 지난달(96.4)엔 전월(102.6)보다 6.2포인트 급락했다. 고물가 심화로 소매판매액지수 증가율 역시 올해 1월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세다. 점심값이 부담된다는 신조어 ‘런치플레이션’도 이젠 익숙한 용어가 됐다.

1분기 경제성장률(0.6%)이 그나마 선방한 건 소비(-0.2%포인트)와 투자(-0.8%포인트) 감소에도 불구하고 순수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 등으로 수출 환경이 점차 악화하는 만큼 경기 침체 방어를 위해선 내수 경기 활성화가 필수적이지만, 향후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고물가를 잡기 위한 급격한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경우 내수 경기는 회복 기지개도 켜지 못한 채 고꾸라질 가능성이 높다. 물가 상승→소비 침체→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가계·기업 한계 차주의 연쇄 도산과 기업 투자 위축→성장률 하락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가계부채는 1,859조4,000억 원(1분기 말 기준)으로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게다가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40% 가까이 불어난 자영업자 대출도 금리 인상과 맞물려 문제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60조7,000억 원이다. 2019년보다 40.3% 늘었다.

복합 위기에 기업 "내년 이후 본격 투자"

1,300원을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과 고금리·고물가 등 ‘삼면초가’ 경기 상황은 기업에게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 하반기 국내 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75%가 본격적인 투자 활동 개시 시점을 내년 이후로 내다봤을 정도다. 가계 소비·기업 투자가 동반 위축되고 그로 인한 기업 생산마저 줄어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물가 대응 총력전에 나선 정부도 유류세 인하율 확대 등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책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최근 물가 급등세를 이끌고 있는 만큼 정부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남은 추가 금리 인상 카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기준금리가 급격히 높아질 경우 취약 차주의 도산과 가계 구매력 약화로 본격적인 소비 침체 국면에 들어서게 될 것”이라며 “고물가 속 수출·내수 경기 불황이 현실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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