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로 임신중지?...불안한 여성들 SNS '가짜뉴스'에 현혹

입력
2022.07.06 00:10
수정
2022.07.07 09:23

미 '임신중지' 폐기... SNS서 '가짜뉴스' 폭발적 증가
페니로열·파란 노루삼 등 허브 식물 '부작용' 가능성↑

지난 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임신중지권 보장 요구 집회에서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요구하는 팻말이 바닥에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임신중지권 보장 요구 집회에서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요구하는 팻말이 바닥에 놓여 있다. 연합뉴스

"허브 식물을 섭취하면 (혼자서도) 임신중지를 할 수 있답니다!"

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틱톡·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콘텐츠들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와 관련된 틱톡 내 일부 동영상은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미국 내 임신중지권 박탈 우려에 불안감을 느끼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임신중지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해당 가짜뉴스들은 지난달 24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중지권을 여성의 헌법상 권리로 보장해주던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한 이후 온라인상에서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미국 내 '안전한' 임신중지가 금지될 수 있다는 우려에, 스스로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알아 두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제나 셔먼 비영리단체 ‘미단(Meedan)’의 프로그램 매니저는 "법원 판결 후, 임신중지권 지지자들이 온라인에 올린 각종 임신중지 관련 건강관리 팁과 조언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조언과 정보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 이런 정보에는 공식적으로 안전 검증을 거치지 않은 페니로열, 파란 노루삼, 쑥 등 허브 식물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페니로열에는 발암물질 '풀레곤'이 들어 있어 복용 시 간 괴사를 유발할 수 있다. 파란 노루삼도 다량으로 섭취 시 구토, 복통, 신체 발작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젠 건터 산부인과 전문의는 자신의 틱톡 비디오를 통해 "임신중지를 위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허브나 식물은 없다"며 "사람들이 선한 의도를 가지고 이를 퍼뜨릴 수는 있겠지만, 그들은 틀렸다"고 말했다. 니샤 베르마 미국 산부인과학회 교수도 "(이러한 가짜뉴스는) 사람들이 위험한 방법으로 임신중지를 하도록 유도하며, 잠재적으로 심각한 신체적 해악에 노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임신중지 가짜 정보가 빠르게 퍼지자 SNS업체들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제이미 파바자 틱톡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임신중지에 대한 언급은 허용하되, '허브를 통한 임신중지'를 권유하는 동영상은 삭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의 경고나 SNS 업체들의 움직임에도 임신중지 가짜뉴스가 단기간에 확산을 멈추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니엘 시트론 버지니아 대학 법학 교수는 "모두가 연결된 시대에, 우리는 우리가 보는 것을 신뢰한다"며 "임신중지와 관련된 가짜뉴스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호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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