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가 싣고 간 원자력전지

입력
2022.07.05 18:0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원자력전지. 누리호에 실려 우주로 올라갔고, 앞으로 1년 반 동안 검증을 통과하면 향후 우리나라 달 착륙선에 실릴 예정이다. 원자력연구원 제공

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에 실려 지구 궤도에 안착한 성능검증위성에서 국내 대학들이 만든 큐브위성들이 차례로 분리돼 임무를 시작했다. 몸이 가벼워진 성능검증위성은 이제 탑재체들의 본격 검증에 들어간다. 그중 하나가 7일 작동을 시작하는 원자력전지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4년여에 걸쳐 5억 원을 들여 만들었다. 앞으로 1년 반 동안의 검증을 통과하면 2030년대에 발사할 국산 달 착륙선에 실을 수 있다.

□ 원자력전지는 방사선을 내는 원소(방사성동위원소)가 붕괴하면서 발생하는 열에너지(원자력)를 전기로 바꾸는 장치다. 우주용 방사성동위원소로는 붕괴 속도가 느려 수십 년 동안 열을 내는 플루토늄, 아메리슘이 적합하다. 미국 우주탐사선 보이저호의 플루토늄 원자력전지는 40년 넘게 작동 중이다. 단, 우리 원자력전지는 첫 검증인 만큼 안전을 위해 이런 원소 대신 전기히터를 넣었다. 플루토늄과 아메리슘은 여러 방사선 중 얇은 금속으로도 차단되는 알파선만 방출하는 만큼 전지 무게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핵연료 재처리로 생산되기 때문에 외국에서 사올 수밖에 없다.

□ 달에선 낮이 14일, 밤이 14일간 이어진다. 표면 온도가 낮엔 120도로 올라가지만 밤엔 영하 170도로 떨어진다. 우주용 전자부품이라도 영하 40도면 고장 나니 웬만한 달 착륙선은 밤을 버텨내지 못한다. 인도 달 착륙선이 14일 동안 임무를 수행하고 멈춰버린 이유다. 원자력전지는 자체적으로 열이 나오기 때문에 달의 밤에도 온도를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국산 달 착륙선이 원자력전지를 싣고 간다면 ‘수명 2주’의 벽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

□ 원자력전지를 자체 개발해 활용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뿐이다. 주로 국방용이다. 지구 주변을 도는 미국 정찰위성은 원자력전지로 작동한다. 잠수함 확인용 음파탐지기의 전력원으로 두 나라가 원자력전지를 심해 여기저기 깔아놓았다고 알려져 있다. 영국도 질세라 원자력전지를 개발 중이다. 이번 검증에 성공하면 우리가 영국을 제치는 셈이다. 미국, 러시아에 이어 자체 기술로 우주 원자력전지를 확보하는 세 번째 나라가 될지 주목된다.

임소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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