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색된 최저임금제 '약자보호' 철학

입력
2022.07.05 19:00

편집자주

보는 시각과 시선에 따라서 사물이나 사람은 천태만상으로 달리 보인다. 비즈니스도 그렇다. 있었던 그대로 볼 수도 있고, 통념과 달리 볼 수도 있다. [봄B스쿨 경영산책]은 비즈니스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려는 작은 시도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2023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를 마친 뒤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주 2023년 적용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예상대로 노사 모두 해당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노사 대립은 연례 행사다. '최저임금을 크게 올리면 자영업자가 망하고,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경영계. '실질소득을 보전하고 노동자의 기본생존권을 사수해야 한다'는 노동계.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최저임금제도는 1894년 뉴질랜드에서 시작됐다. 1909년 영국, 1938년 미국, 1950년 프랑스가, 한국은 1986년 12월 31일 도입했다. 최저임금 적용은 국가마다 다르다. 임금결정의 사적자치원칙을 중시했던 독일은 2015년 뒤늦게 채택했지만,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는 법정 최저임금을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중앙 정부가 단일 최저임금을 결정하지만,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연령, 지역, 직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곳도 있다.

최저임금제의 기본 취지는 19세기 말 뉴질랜드 직물산업에서 벌어졌던 노동착취의 근절이다. 당시 여성과 아동노동자는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요컨대 여성과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 보호'가 최저임금의 원래 취지였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철학이 무색하게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법 7조 1항은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를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노사는 물론이고 정부도 최저임금제를 사회적 약자를 도외시한 채 '비장애인들만의 소득불균형 해소 도구'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사회가 가장 먼저 돌봐야 할 약자들이 노사정의 대립과 무관심 속에 소외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때다.

이춘우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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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우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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