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에 등장한 '박지현 변수', 나비효과 일으킬까

입력
2022.07.03 19:00
수정
2022.07.03 19: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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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어대명 구도에 영향 줄까
② 97그룹 세대교체론에 미치는 효과는
③ 젠더이슈 새바람 일으킬까

박지현(왼쪽)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지방선거 개표 상황실에서 선거 결과를 지켜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대근 기자

박지현(왼쪽)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지방선거 개표 상황실에서 선거 결과를 지켜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대근 기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8월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며 당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정치 경력이 5개월여밖에 안 되는 26세 청년의 당권 도전이라는 파격 때문만은 아니다. 관심은 '이재명 의원의 대세론과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의 세대 교체론' 대결로 집약되는 당권 경쟁 구도에 미치는 영향이다. 일단 박 전 의원장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지지기반이 없어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의 등판이 당권 구도에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해 '나비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의원) 구도 영향 줄까

박 전 위원장의 등장은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이 의원에게 일단 호재는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 의원에 의해 발탁됐던 그가 등을 돌린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비대위원장 재직 시절 이 의원의 인천 계양을 출마를 강하게 주장해 이를 관철시키기도 했던 박 전 위원장은 6·1 지방선거 패배로 위원장 직에서 물러난 이후 이 의원과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특히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2일 MBC 인터뷰에선 아예 작심하고 쓴소리를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 의원 출마 시 계파 갈등이 심해질 것이고 분당 우려도 있다. 이 의원이 받는 수사도 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취지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친이재명계는 박 전 위원장의 이런 발언을 사실상 결별 통보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내 기반은 미약하지만 대선 때 형성된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박 전 위원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의원의 전대 출마를 계속 비판할 경우, 이 의원은 자신의 주요 지지기반이기도 한 '청년 여성' 정치인과 맞대결을 펼쳐야 하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후보가 지난 5월 30일 이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윤호중(왼쪽), 박지현(오른쪽) 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과 손을 맞잡고 있다. 인천=뉴시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후보가 지난 5월 30일 이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윤호중(왼쪽), 박지현(오른쪽) 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과 손을 맞잡고 있다. 인천=뉴시스


97 세대교체론에 찬물 효과

박 전 위원장 등장으로 97그룹이 주도했던 세대 교체론의 흥행도 불투명해졌다. 97그룹은 그간 “혁신의 내용뿐만 아니라 당의 간판도 바뀌어야 국민들이 민주당이 바뀌었다고 볼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선배 세대인 86그룹 대표 격인 이인영 의원이 직접 97그룹 의원들의 당대표 출마를 독려하는 등 길을 터주는 모양새를 취하며 세대 교체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20대 정치인의 출마 선언으로 비상이 걸렸다. 97그룹 정치인들은 나이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다. 이들이 26세 박 전 위원장과 나란히 서면 아무래도 참신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박 전 위원장 등장으로 1960년대생 이재명 의원과, 70년대생 신진 세력의 세대 간 대결이라는 구도가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97그룹이 세대 교체의 깃발을 내건 만큼 청년 정치의 도전을 외면할 수 없는 것도 딜레마다. 이날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97그룹 강훈식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의 출마에 대해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출입문을 통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출입문을 통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민주당에 젠더 이슈 새바람 일으킬까

과거 박원순, 오거돈, 안희정 등 광역지자체장의 잇단 성폭력 사건으로 취약한 성평등 인식을 드러낸 민주당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지도 관심이다.

‘n번방’ 사건을 공론화시킨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 전 위원장이 강점을 가진 분야는 젠더 이슈다. 실제로 박 전 위원장은 최강욱 의원이 성희롱 발언으로 당원권 6개월 정지 결정을 받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20대 청년이자 여성이며 ‘불꽃’ 활동가였던 박 전 위원장은 존재 그 자체로 이미 상징성을 갖는다"며 “당선 가능성과 별도로 박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에서 내는 메시지가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박 전 위원장이 당내 쟁쟁한 젠더 전문가들을 제치고 구심점으로 나서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회의적 시선도 있다. 한 여성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은 성착취 문제에 전문성이 있지만, 성폭력 문제 해결이 성평등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박 전 위원장이 광범위한 성평등 담론의 구심이 되기에는 정치권 진입 후 보여준 것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출마 자격 요건 예외 인정 두고 벌써부터 내로남불 논란도

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박 전 위원장이 실제 전대 리그에 출전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박 전 위원장은 당적 보유 기간이 당대표 출마를 위한 최소 기간(6개월)보다 짧아 당권에 도전하려면 당 지도부가 예외를 인정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헌·당규에 나오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고 밝히며 예외 인정을 요구했다. 그는 "이 규정에 따라 지방선거 때 김동연 후보도 경기도지사 경선에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내에서 반감 여론이 적지 않다. 이 의원 최측근인 김남국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대표 출마 자격은커녕 출마 요건도 안 되면서 출마를 결심하고, 오직 자신만을 위한 예외를 특별히 인정해달라니 너무 황당하다”며 “제발 억지 부리고, 떼쓰는 정치 좀 그만해 달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이 의원과 박 전 위원장을 겨냥해 "둘 다 똑같이 궤변이고 너무 염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당내 젊은 정치인들도 박 전 위원장이 강조하는 공정의 원칙에 스스로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는 "고무줄 잣대와 내로남불 태도,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맹비난했고, 김빈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 행정관은 "추하다"는 말로 박 전 위원장을 직격했다. 친명계를 비롯한 반대파가 박 전 위원장의 출마 자격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으면 출마 명분이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성택 기자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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