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논란'에 미 연방대법관 탄핵 청원 '빗발'…종신제인데 가능?

입력
2022.07.03 21: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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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색 짙은 토마스 대법관 탄핵 청원에 96만 명 몰려
정치공학상 탄핵 불가능… '종신직' 절대 권력 누려

1991년 미 연방대법관으로 임명돼 32년째 재직 중인 클래런스 토마스 대법관. AP 연합뉴스

1991년 미 연방대법관으로 임명돼 32년째 재직 중인 클래런스 토마스 대법관. AP 연합뉴스

임신중지(낙태)와 총기 규제 등에 관한 미 연방대법원의 최근 판결로 미국 사회가 양분되자, 연방대법원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미국 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진보 진영에서는 종신제인 대법관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데, 진보층을 대변하는 민주당이 의회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좌지우지하는 건 대통령, 의회도 아닌 연방대법원

미 인터넷 청원 사이트 '무브온'에 올라온 클래런스 토마스(73) 대법관 탄핵 요구 청원에는 3일 오후 3시 현재 96만 명 넘게 서명했다. 청원자는 "토마스 대법관은 공정한 법관이 될 수 없다"며 "그는 사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회는 즉각 그를 조사해 탄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991년 조지 H.W. 부시 대통령(아버지 부시)이 임명한 토마스 대법관은 현역 대법관 9명 가운데 최장기간 재직 중이다. 6대 3 보수 우위로 기운 대법원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법관으로 알려졌다. 최근 진보적 의제의 판례를 뒤집는 데 앞장서면서 미국 사회를 분열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장본인이다.

특히 임신중지권을 보장한 '로 대(對) 웨이드' 판례를 깨면서 내놓은 보충의견서를 통해 "부부 피임권, 동성애, 동성혼을 인정한 기존 판례"도 손볼 것이라고 예고했다. 오늘날 미국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건 대통령도, 의회도 아닌 연방대법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임신중지(낙태)권을 보장한 판례를 폐기한 미 연방대법관 판결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클래런스 토마스 연방대법관이 거주하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법원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페어팩스=UPI 연합뉴스

임신중지(낙태)권을 보장한 판례를 폐기한 미 연방대법관 판결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클래런스 토마스 연방대법관이 거주하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법원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페어팩스=UPI 연합뉴스


'종신직' 절대 권력 대법관, 탄핵 가능할까

미 최고의 사법기관으로 헌법재판소 기능을 겸하는 연방대법원을 구성하는 대법관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그 직을 유지한다. 연임을 해도 8년밖에 집권하지 못하는 대통령과 달리 대법관은 임기도, 정년도 없는 종신직이다. 사망하거나 스스로 사임하지 않는 한 강제로 물러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다만 의회에서 대법관 탄핵을 결의할 수 있는데,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이 의석을 반씩 점하고 있어 보수 대법관 탄핵안이 의회를 통과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더 큰 고민은 이러한 종신제로 연방대법원의 '보수 우위 구도'가 향후 수십 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비교적 고령인 토마스·새뮤얼 얼리토(72) 대법관과 존 로버츠(67) 대법원장을 제외하더라도 △닐 고서치(54) △브랫 캐버너(57) △에이미 코니 배럿(50) 등 젊은 보수 성향 대법관이 줄줄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선 11월 중간선거에서 의회를 완전히 장악한 후 아예 대법관 정원을 늘리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대법관 수를 정하는 권한은 의회에 있어 헌법을 고치지 않고도 가능하다. 하지만 최악의 인플레이션 등 경제 상황 악화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중간선거 완승은 '꿈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주요 언론들도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다 접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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