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에 스포츠선수까지'...일본 참의원 비례대표에 이색후보 많은 이유는?

입력
2022.07.04 04:30
수정
2022.07.0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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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출신에 가수·배우 등 연예인 줄줄이 출마
투표용지에 후보 이름 적을 수 있는 투표방식 영향
정당들 경쟁적으로 이색 후보 영입
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 과거 635만 표 얻기도

10일 실시되는 일본 참의원 선거에 자민당 비례대표 2선을 목표로 출마한 아이돌그룹 SPEED 출신의 이마이 에리코 의원이 지난 1일 오키나와 유세를 마치고 휠체어를 탄 채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공식 트위터 계정 캡처

10일 실시되는 일본 참의원 선거에 자민당 비례대표 2선을 목표로 출마한 아이돌그룹 SPEED 출신의 이마이 에리코 의원이 지난 1일 오키나와 유세를 마치고 휠체어를 탄 채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공식 트위터 계정 캡처

“이 안에 '스피드(SPEED)' 세대 계신가요?”

도쿄의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는 폭염이 계속된 지난달 30일, 우에노역 출구에서 유세하는 갈색 머리의 여성이 청중을 향해 질문하자 30대 정도로 보이는 이들이 손을 들었다. 호응에 기뻐하며 자신의 의정활동 성과를 밝힌 후보는 10일 개최되는 참의원 선거에 자민당 비례대표 2선을 목표로 출마한 이마이 에리코(39) 의원이었다. 그는 여성 4인조 아이돌 그룹 ‘SPEED’의 전 멤버다.

청각장애인 아들을 둔 그는 수화를 곁들여 약 5분간 유세한 뒤 우에노역 앞 광장으로 장소를 옮겨 촬영회를 시작했다. 30분간 진행된 촬영회 동안 이 지역의 젊은 구의원은 “전 SPEED 멤버 이마이 에리코입니다! 지금 촬영회를 하고 있습니다! 꼭 SNS에 확산해 주세요!”라고 외치고 있었다. 주간 프라이데이는 당시 “아이돌 촬영회냐”며 고함을 지르고 자리를 떠난 남성도 있었지만, 약 200명가량이 폭염 속에도 줄지어 기다리며 이마이 후보와 사진 촬영을 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골절상을 입은 이마이 후보는 휠체어를 타고 도쿄부터 오키나와까지 전국 각지를 돌며 매일 유세를 벌이고 있다. 이마이 외에도 연예인이나 스포츠선수 출신 비례대표 후보는 많다. 자민당엔 아이돌그룹 ‘오냥코 클럽’ 전 멤버인 이쿠이나 아키코(54)가 종종 이마이 의원과 공동 유세를 벌이고, 일본유신회는 야구선수 출신의 스포츠 해설가 아오시마 겐타(64), 가수 출신의 나카조 기요시(76), 마라톤 선수 출신인 마쓰노 아케미(54) 등이 출마했다. 배우 출신의 야마모토 다로가 대표인 정당 '레이와신센구미'에선 유명한 만담 듀오 ‘아사쿠사 키드’의 멤버였던 스이도바시 하카세(59)가 일본유신회를 비판하며 비례대표로 출마했다.

일본의 참의원 선거에 유독 연예인 비례대표 출마가 많은 것은 비례 선거 투표용지에 당명뿐 아니라 후보 개인 이름도 적을 수 있도록 한 독특한 선거 제도 때문이다. 유권자가 후보 개인의 이름을 적으면 이 표는 후보가 소속된 정당에 1표를 추가하면서 동시에 추후 비례대표 당선 순서 선정 과정에서 해당 후보가 당선될 확률을 높이는 두 가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비례대표 후보와 당선 순서는 각 당이 사전에 정해두고 유권자는 지지하는 정당에 도장을 찍어서 선택하는 우리나라와는 크게 다르다.

유명인을 비례 후보로 내세워 해당 후보의 표가 몰리면 소속 후보를 더 많이 당선시킬 수 있어 참의원 선거 때마다 각 정당에선 연예인 영입 시도가 잇따른다. 이렇게 영입된 비례대표 후보는 전국을 돌며 지역구 출마 후보자의 응원 유세도 한다. 이번에 레이와신센구미의 비례대표로 출마한 스이도바시 하카세는 두 달 전 당대표인 야마모토 다로가 거리 연설을 할 때 질문을 했다가 즉석에서 출마 요청을 받았다. 일본유신회는 2013년 참의원 선거에서 전설적인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를 영입, 본인 이름으로만 무려 35만 표를 얻기도 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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