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희망 봤어요"... 남산 꼭대기서 매일 이산화탄소 측정하는 이 남자

입력
2022.07.04 04:30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인터뷰]
4년간 매일 서울 이산화탄소 측정해 공개
거리두기 기간 이동 줄자 탄소 농도 감소
"사람이 기후변화 원인이자 변화의 주체"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2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내 연구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소희 기자

“기후변화는 100% 사람이 야기하는 겁니다. 달리 말하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인간이에요.”

정수종(45)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2018년 가을부터 서울 중구 남산타워 꼭대기에 설치한 장비로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1초마다 기록되는 데이터를 일평균 대푯값으로 정리해 대중에 공개한다. 기계가 비바람에 자주 노출돼 2주마다 가서 정확도를 점검해야 하고, 요즘처럼 장맛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는 매일 남산을 찾기도 한다.

정 교수가 이런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건 서울의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너무 높아서다. 한국은 세계 10대 탄소 배출국이지만, 외국과 달리 관련 연구가 뒤처져 있다. 개인이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해 대중에 공개하는 일을 하는 것도 그가 유일하다. 2001년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졸업 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칼텍 연구원 등을 거쳐 2018년 3월 서울대에 부임한 뒤에도 이산화탄소 등 대기 연구 한 우물만 팠다.

지난달 2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연구동에서 만난 정 교수는 “전 세계 140개 도시를 인공위성으로 조사해 비교해 보니 서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양쯔강 델타 지역과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도심 곳곳의 굴뚝, 발전소가 끊임없이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24시간 꺼지지 않는 불빛이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탓이다.

정수종(맨 오른쪽)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지난해 10월 연구실 학생들과 서울 중구 남산타워를 찾아 꼭대기에 설치된 대기 중 이산화탄소 측정기를 점검하고 있다. 정수종 교수 제공

배출량이 많으면 당연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기 위험 문제를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예기치 않은 희망을 안겼다.

남산 외에도 용산 LG유플러스 본사 옥상, 서울대 후문 국수봉 능선 꼭대기 등 세 곳에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는데, ‘거리두기’가 시작되자 전체 이산화탄소 농도에서 외부 유입을 제외한 서울이 직접 기여하는 값(도시 증가량)이 전보다 무려 40% 감소한 것. “전체 농도 약 400ppm에 서울이 매일 25ppm을 더했다면, 거리두기 2.5단계에서는 도시 증가량이 10~15ppm으로 떨어졌습니다.” 산업화가 시작되고 150년 동안 전체 농도가 약 100ppm 증가한 걸 고려하면 10ppm대 감소 폭은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3월 강원 평창 관측타워에 올라 측정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정수종 교수 제공

아무리 노력해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여겼지만, 사람이 활동을 멈추면 농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실측으로 확인한 셈이다. 정 교수는 “지구상에서 이런 실험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은 결국 인간이라는 것이다. 물론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백신패스가 도입되고 시민들의 활동량이 많아지자 농도 수치는 다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정 교수는 “국가ㆍ지역별로 탄소가 어디서,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는 현실이다. 빠르면 2035년, 늦어도 2045년이면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오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제는 받아들여야 합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고 있지만 비관할 필요는 없어요. 거리두기 당시 변화의 조짐이 싹튼 것처럼 우리가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기후변화 문제를 바라봐야 합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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