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월북 번복' 감사, '월성 원전' 칼잡이가 진두지휘… "9월 중 결론"

입력
2022.06.30 14:00
수정
2022.06.30 20:51
4면
구독

실질 지휘탑 역할… '두 달 내 결론' 의지
속도·깊이는 증거 포착 범위 지켜봐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5일 서울 삼청동 감사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감사원 제공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5일 서울 삼청동 감사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감사원 제공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감사를 담당했던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를 직접 챙기며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휘 계통에 있다고 해도, 선봉에 나서 감사를 주도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유 사무총장이 '두 달 내 조기 결론'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건 조사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30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유 사무총장은 서해 피격 사건 인력 구성뿐 아니라 핵심 조사 항목 등을 직접 정하며 지휘탑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감사는 2020년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와 관련, 당시엔 '이씨의 월북' 판단을 내렸다가 최근 입장을 뒤바꾼 해양경찰과 국방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감사원은 17일 감사 착수 사실을 밝혔고 현재 본감사 전 자료수집을 진행하고 있다. 특별조사국 소속 최정예 감사관 12명이 6명씩 팀을 나눠 해경과 국방부 감사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임명된 유 사무총장은 취임 후 첫 성과가 될 수 있는 이번 감사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총장은 감사원 예산과 인사는 물론 감사 업무까지 총괄하는 핵심 요직이다. 따라서 통상적인 사건의 경우에도 감사 보고를 받긴 하지만, 대체로 큰 틀의 방향을 정하는 정도에 그치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이번 사건은 유 사무총장이 핵심 사안들을 직접 챙기며 실질적으로 조사를 지휘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감사원 안팎에선 국장 시절부터 주요 사건을 적극 지휘해온 유 사무총장의 성격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무총장이 직접 힘을 실으면서 감사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유 사무총장이 공공기관감사국장이던 2020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어긋나는 월성 원전 감사를 맡으며 보여줬던 강직한 면모 역시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더한다. 유 사무총장 역시 주변에 "시간을 오래 끌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해왔다고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9월엔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두 달 내 감사원 결론이 나올 경우 아직 초기 단계인 검찰 수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사건의 향방을 단정하긴 아직 이르다. 해경과 국방부가 2년 전 부당하게 월북을 단정한 것인지, 그 배경에 청와대 등 외부 압박이 있었는지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여전히 평가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특히 군 당국의 대북 특수정보(SI)를 비롯한 주요 자료 확인 범위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감사원이 구체적 증거를 얼마나 포착하느냐가 감사 속도와 깊이를 가를 전망이다.


정준기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