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경의 무비시크릿] '탑건: 매버릭'으로 본 리더의 그릇

입력
2022.06.29 08:00

톰 크루즈가 36년 만에 '탑건'의 속편으로 돌아왔다. '탑건: 매버릭' 스틸컷

'리더 디퍼런트'의 저자 사이먼 시넥은 "리더란 미지의 세계로 먼저 달려가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위험을 향해 돌진하고 우리를 미래로 이끄는 자가 진정한 리더"라는 그의 설명에서 '탑건: 매버릭'의 피트 미첼(톰 크루즈)이 겹쳐 보이는 건 결코 낯선 일이 아니다.

지난 22일 개봉한 '탑건: 매버릭'은 교관으로 컴백한 최고의 파일럿 매버릭(톰 크루즈)과 생사를 넘나드는 미션에 투입되는 새로운 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항공 액션물이다. 36년 전 개봉한 '탑건'의 속편으로, '형보다 나은 아우'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며 관객들의 열성적 지지를 얻고 있다.

매버릭은 주인공 피트 미첼의 콜사인(호출명)이다. 그는 상명하복이 필수인 군대에서 명령에 불복하고 제멋대로 행동해 만년 대령 신세다. 사실 그가 승진을 못한 건 '못된 성질' 탓은 아니다. 대령에서 승진하면 실무에 투입될 수 없기 때문에 매버릭은 스스로도 승진을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탑건'으로 발령이 난다. 그러나 실무에 나서는 게 아니라 훈련학교 교관을 맡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실망한다. 루스터(마일즈 텔러)와 행맨(글렌 포웰), 페이백(제이 앨리스) 등 자신감과 개성으로 무장한 팀원들이 매버릭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의 명성을 모르던 팀원들은 매버릭의 등장에 코웃음을 친다.

매버릭은 자신을 무시하는 팀원들의 반응을 개의치 않는다. 그는 "중요한 건 얼마나 한계에 도전할 수 있는가다.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후 혹독한 실전 훈련에 나선 팀원들은 괴로움을 호소하고, 한계까지 몰아부치는 매버릭의 교육 방식에 윗선 역시 강한 불만을 표출한다. 그러나 매버릭은 "팀원들이 모두 살아 돌아오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톰 크루즈는 실제로 전투기 조종이나 액션 장면을 소화하며 스태프들의 찬사를 받았다. '탑건: 매버릭' 스틸컷

그러던 중 교관 자리를 내놓게 된 매버릭은 상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전투기를 몰고 직접 테스트에 도전한다. 중력이 몸을 짓누르고 기절할 것 같은 고통을 이겨내며 매버릭은 팀원들의 미션 목표 시간보다 앞당겨 미션을 수행한다. 전설적인 조종 실력을 눈앞에서 확인한 팀원들은 완전히 압도되고 그를 신뢰하게 된다.

매버릭의 지휘 아래 견고한 팀워크를 쌓아가던 팀원들에게 국경을 뛰어넘는 위험한 임무가 주어지자, 매버릭은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이 될지 모를 비행에 나선다. 이때 구스(안소니 에드워즈)의 아들인 루스터에게 윙맨 자리를 맡긴다. 사실 구스는 과거 매버릭의 윙맨으로 함께 작전을 수행하던 중 사망했다. 매버릭은 루스터가 위험해지길 원치 않아 5년간 서류를 반려해 그의 커리어를 막았다. 이 일로 루스터의 악감정을 샀지만, 결국 매버릭은 가장 중요한 윙맨 자리를 루스터에게 맡김으로써 신뢰를 보여준다.

매버릭은 인간에 대한 믿음과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는 강인한 정신력을 탑재한 리더다. 단점을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실력으로 자신을 향한 부정적 시선을 소멸시킨다. 일관성과 명확한 소통, 카리스마는 기본이다. 팀원들에 대한 걱정이 앞서 매버릭은 이들을 가차 없이 몰아부치지만 한편으로는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팀원들이 시도하고 실패하는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톰 크루즈는 배우들에게 전투기 조종을 해볼 것을 권유했다. '탑건: 매버릭' 스틸컷

이런 리더의 미덕은 매버릭을 연기한 톰 크루즈의 실제 모습에서도 찾을 수 있다. 내한 기자 회견 당시 톰 크루즈는 자신의 인생 대부분을 영화에 바쳤다고 고백하며 작품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는 "영화를 만드는 것의 아름다운 점은 모두가 협동해서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가능한 작업이란 점이다. 각자 엄청난 헌신이 필요하고, 그래야 최고의 퀄리티가 나올 수 있다. 좋은 사람들이 모여 엄청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강력한 책임감 때문일까. 때로는 지나치게 예민한 모습으로 현장을 얼어붙게 만들기도 한다. 지난 2020년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7' 촬영장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어긴 스태프들에게 호통을 쳐 이 사실이 뉴스로 보도되기도 했다. 음성 파일에서 톰 크루즈는 "할리우드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믿고 영화를 만들고 있다. 수천 개의 일자리가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고함친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촬영이 중단됐고, 어렵게 재개했지만 스태프들이 대거 확진 판정을 받아 또 다시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이처럼 톰 크루즈는 완벽주의적 성향을 지녔다. '탑건: 매버릭' 촬영에 임하며 직접 전투기 조종을 했고, 다른 배우들에게도 직접 조종을 할 것을 권유했다. 배우들은 구토를 하거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면서도 훈련에 열심히 임했고, 덕분에 생생한 현장감이 영화에 가득 담겼다. 톰 크루즈는 부끄러워하는 배우들에게 "구토를 해도 계속했다는 게 자랑스러운 것"이라고 말하며 노력을 칭찬했다. 그는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대부분의 액션 장면을 직접 소화하고 완벽한 자기 관리로 영화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톰 크루즈와 매버릭은 닮았다.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실력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결과를 도출한다. 36년의 세월을 넘어 속편의 가치를 증명한 톰 크루즈는 "이야기를 공유하고 함께 어우러져 살면서 일하고 배운다. 이것이 나란 사람"이라고 했다. 그의 멋진 리더의 자질이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 감동이 배가 된다.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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