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아픔 딛고... 윔블던에서 만나는 두 우크라이나 선수

입력
2022.06.28 15:59


레시아 추렌코가 27일 영국 런던 윔블던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1회전에서 조디 버레이지를 이긴 뒤 기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출신의 두 선수가 윔블던에서 맞붙는다. 안헬리나 칼리니나(25)와 레시아 추렌코(33)가 윔블던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1회전을 나란히 통과했다. 대회 중에도 전란을 겪고 있는 조국 생각에 그들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칼리니나는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에서 열린 여자 단식 1회전에서 안나 본다(25·헝가리)를 2-1(4-6 6-2 6-4)로 꺾었다. 2회전 진출 상금은 7만8,000파운드(약 1억2,000만원)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칼리니나는 고향에 있는 집을 재건축하는 데 상금을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크라이나 이르핀에 있는 부모의 집이 러시아군에 의해 파괴됐다고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부모는 현재 칼리니나의 아파트에 머물고 있다.

비보를 듣고 대회에 집중하기 힘들었지만 칼리니나로선 더욱 승리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그는 “높은 라운드에 올라갈수록 많은 돈을 받는다. (그 돈으로) 내 가족뿐만 아니라 가능한 한 더 많은 우크라이나 사람을 도울 수 있다”면서 “그게 나에게는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3회전에 진출하면 상금이 12만파운드(약 1억9,000만원)로 늘어난다.

같은 날 추렌코도 조디 버레이지(23·영국)와의 여자 단식 1회전에서 2-0(6-2 6-3)으로 이겼다. 그 역시 트라우마와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BBC에 따르면 그의 집은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피격 장소로부터 100m 거리에 있다. 추렌코는 “내가 있는 곳이 폭격당할 것 같은 느낌을 매일 받고 있다”면서 “전쟁이 시작됐을 때부터 긴장감이 떠나질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심리학자들과 매일 함께 있어도 이런 감정을 피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고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두 선수는 누가 올라가도 조국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로 약속했다. 추렌코는 칼리니나가 허락한다면 유니폼에 우크라이나 리본을 달고 뛰고 싶다고 말했다. 윔블던 주최 측의 허가도 받았다. 조국에 바치는 둘의 경기는 29일 오후 7시(현지시간)에 열린다.

최현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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