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사망에 마약 2000명분… 그날 강남 유흥주점에 무슨 일이?

입력
2022.07.07 18:34
경찰, 손님·직원 '마약 탄 술' 먹고 사망 추정
사망자, 2000명 투약 마약류 소지... 판매책?
필로폰은 주사로 투약... 누가, 얼마나 섞었나
경찰, 출동하고도 "영장 없어 시약 검사 못해"

여종업원 사망 사건이 발생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유흥주점. 김재현 기자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서 마약 추정 물질이 섞인 술을 마신 후 종업원과 손님이 연달아 숨지는 사건이 터졌다. 수사가 한창이지만 의문점은 한둘이 아니다. 이른 아침 시간대 서울 한복판 술집에서 마약 의심 물질이 오간 것도 놀라운데, 사망자 차량에서 무려 2,000명이 한번에 투약할 수 있는 마약류까지 발견됐다. 수 차례 신고를 받고도 결과적으로 죽음을 막지 못한 경찰의 초동대처도 짚어야 한다.

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5일 오전 5~7시 강남구 역삼동 유흥주점에서 20대 손님 A씨와 30대 종업원 B씨가 술을 나눠 마신 뒤 각각 다른 장소에서 사망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사건 개요는 이렇다. 당시 두 사람을 포함한 손님 4명과 종업원 두 명 등 6명이 함께 어울려 술을 마셨다. 술자리가 끝난 뒤 A씨는 혼자 차량을 운전해 이동했고, 주점에서 700m 가량 떨어진 공원 부근에서 가로수 등을 들이받은 뒤 오전 8시 30분쯤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귀가한 B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 20분 집에서 사망했다.

의문 1. 2000명분 필로폰, 어떻게 소지?

가장 큰 미스터리는 사건의 핵심 인물이자 사망한 A씨의 차에서 경찰이 수거한 64g에 달하는 필로폰 추정 물질(흰색 가루)이다. 통상 필로폰의 1회 투약량이 0.03g~0.05g인 점을 감안하면 2,000명(시가 4,000만 원)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개인이 소지하기엔 엄청난 규모다. 때문에 마약조직 판매책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베테랑 마약수사관은 “일반 투약자라면 그렇게 많은 마약을 갖고 있을 수 없다”며 “A씨의 전과 여부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차량에서 마약 투약기구도 발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은 일주일 정도 걸린다.

의문 2. 마약을 왜 술에 섞었을까

사망 경위도 의문투성이다. 경찰은 일단 AㆍB씨가 술에 섞인 마약류에 의해 숨진 걸로 보는데, 이 추정이 맞다면 상당량의 필로폰을 섭취해야 한다. 보통 필로폰은 주사기를 이용해 핏줄로 직접 투약하는 게 일반적이다. 술이나 물에 타서 마약 효과를 보려면 흡수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려 막대한 양이 필요하다. 경찰 관계자는 “누군가 숨진 종업원에게 마약을 몰래 먹이려 주사 대신 술에 타는 걸 택했을 수 있다”며 “반응이 안 오니 계속 양을 늘리다 사고가 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6일 여종업원 사망 사건이 일어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유흥주점 입구에 마약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경고문이 붙어 있다. 김재현 기자

수사 결과를 떠나 이번 사건은 강남 등 유흥가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마약이 대량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 실제 일선 경찰들은 강남 호텔이나 술집에서 버젓이 마약을 투약하는 사람을 종종 목격한다고 한다. 환각 상태로 거리를 배회하다가 몸을 가누지 못해 경찰에 자진 신고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일어난 해당 주점 입구에도 ‘마약, 대마, 해피벌룬 등 사용을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이 주점 내부는 방이 구분돼 있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밖에서 알기 힘든 폐쇄 구조다.

의문 3. 4번 신고접수한 경찰, 초동조치는?

경찰이 수 차례 신고를 접수한 만큼,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도 규명이 필요하다. 사건 과정에서 총 4번의 신고가 이뤄졌다. 먼저 술자리를 마친 일행이 술값을 계산하지 않아 주점 측이 무전취식으로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다. 다만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상황이 정리됐고 손님들은 주점을 떠났다.

다음 신고 접수는 오전 7시 54분. 종업원 B씨가 가족에게 전화해 “술 마시는 게임을 했는데 손님이 준 술맛이 평소와 달랐고 몸이 이상하다”고 하자, 이 가족이 곧바로 가게로 찾아온 뒤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출동한 경찰은 마약류 시약 검사를 권했고, 구급대원도 “병원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B씨가 완강히 거부해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경찰은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 없이 시약 검사를 할 수 없는 데다, 정황만으로는 임의 동행 역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후 B씨는 가족과 주점에서 일하는 다른 동료의 부축을 받아 집으로 갔다. 피해자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동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B씨의 호흡과 맥박이 뛰지 않자 동료가 이번엔 119에 신고했다. 소방당국의 공동대응 요청을 받은 경찰은 오전 10시 34분 다시 출동했다. B씨는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B씨 가족은 오전 11시 15분 마지막으로 경찰에 사망 신고를 했다. 경찰은 119신고 전 B씨가 이미 숨졌을 것으로 보고 사망 시간을 오전 10시 20분으로 판단하고 있다.

결국 사건의 실마리는 술자리에 동석한 손님 3명과 종업원 한 명의 입에서부터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1차 조사를 마치고, AㆍB씨의 부검을 진행했다.

김재현 기자
김소희 기자
김도형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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