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 "은퇴 후 30년은 숙년기... 여생 아닌 본생으로 여겨야"

입력
2022.06.27 15:15
[민병두 '십만행' 창립준비위원장 인터뷰]
"은퇴 후 시간 생겨도 뭘 할지 모르는 현실"
"10만 시간, 쓸쓸히 살다 세상과 이별 안돼"
"서비스만 받는 수요자 아닌 평생 현역 지원"

민병두 보험연수원장 겸 '십만 시간의 행복' 창립준비위원장이 21일 서울 성북구 보험연수원 사무실에서 직접 완성한 캘리그라피 부채를 들고 인터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저도 은퇴 후에 뭘 할까 고민하다가 ‘캘리’를 배웠죠.”

21일 서울 성북구 보험연수원 사무실에서 만난 민병두 보험연수원장. 3선 의원을 지낸 그는 요즘 교육, 취미, 사교 등 은퇴자들의 활동적 삶을 지원하는 플랫폼 ‘십만 시간의 행복(십만행)’ 창립준비위원장을 맡아 발기인 대회를 주도했다.

“은퇴 전에 미리 취미를 준비해야 한다”는 게 민 위원장의 지론. 실제 그도 캘리그라피라는 1년 된 취미에 푹 빠져 있다. 책상 위에는 캘리그라피를 그릴 수 있는 물감 팔레트가 놓여 있었고, 인터뷰 내내 흰색 부채에 문구를 새겨 넣었다.

십만행은 시니어들이 은퇴 후 30년간 꾸준히 사회활동을 지속하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다. 창립준비위는 참가자들이 플랫폼에서 교육(금융, 인터넷), 활동(봉사, 여가 모임) 소일거리 등 지루하지 않고 다양한 ‘인생 2막’을 열어갈 수 있도록 콘텐츠 확보에 힘쓰고 있다.

노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고민은 민 위원장이 정치를 하면서 일찌감치 시작됐다. “노인들이 경로당에서 아침 먹고, 뚝방길 갔다 오고, 할 일이 없으니 또 가고. 내일도 모레도 삶이 크게 다르지 않겠다고 생각했죠.” 은퇴 후 쓸 수 있는 10만 시간이 온전히 주어져도 뭘 할지 몰라 쓸쓸히 지내다 세상과 이별한다는 것이다.

민 위원장은 이 30년을 노년이 아닌 ‘숙년(熟年)기’로 규정한 뒤 행복한 숙년기를 위한 도우미 역할로 십만행을 구상했다. “이제 남은 인생 30년은 더 이상 여생이 아닌 본생으로 불러야 합니다.” ‘백세시대 생애설계’의 저자 오영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오영환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사무총장 등 숙년 전문가들을 창립준비위원으로 대거 초빙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민 위원장은 십만행 참가자들을 그저 서비스만 받는 수요자가 아닌, 적극적 활동을 통한 프로그램의 주체로 만들 생각이다. 그는 “영국의 제3기 인생대학(University of Third Age)에서는 시니어들이 직접 1,400여 개 활동을 꾸려 운영한다”며 “십만행 구성원들도 직접 남은 삶을 개척하는 ‘평생 현역’이 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여러 프로그램 중 ‘시간여행’이 눈에 띈다. 앨런 랭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시계 거꾸로 돌리기 실험’에서 영감을 받았다. 대학 연구진은 70, 80대 노인들의 젊은 시절을 재현한 후 그 환경 안에서 일상을 살도록 했다. 일주일이 지나자 참여자들의 신체 나이가 50대 수준으로 젊어지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민 위원장은 “현실과 가상현실(VR)을 적절히 섞어 시간여행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의 건강 수명은 64, 65세고 평균수명은 83세로, 20년 이상을 고통스럽게 살다 가는 셈이에요. 십만행이 이 간극을 줄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멋들어진 문구가 새겨진 부채도 완성됐다.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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