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5년 뒤를 생각하면

입력
2022.06.23 18:00

정치변화 시금석 될 양당의 내홍 향배
이재명 대표체제는 현 민주당 체질 연장
이준석 배제는 국민의힘을 도로 수구로

새 정부가 막 꾸려진 마당에 난데없이 5년 뒤를 말하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거대 양당 모두 당권 관련한 내홍에 휩싸여 있고, 이는 다음 총선, 나아가 차기 권력의 향배와 직결된 문제라서 그렇다. 이재명 의원의 민주당 대표 출마 여부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윤리위 징계 건이다. 그들끼리의 정치게임을 보는 호사가적 관심이 아니다. 향방에 따라 우리 정치의 체질 변화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정신' 단어가 일반화한 건 아득한 17대 대선부터다. 그럼에도 10여 년 넘도록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정권은 나온 적이 없다. 정파 교체만 있었을 뿐 똑같은 구체제의 반복이었다. 주류의 교체가 더디고 그들이 배워온 정치가 YS, DJ 이래의 낡은 틀에 여전히 갇혀 있기 때문이다.

여러 원인 중 가장 두드러지는 건 지극히 한국적인 패자부활의 정치다. 민주화 이후 긴 정치사에서 이번 말고 재수, 삼수생이 나서지 않은 대선은 없었다. 대선 과정을 통해 주류계파의 수장이 되고 그 힘으로 당권을 장악하고 다시 다음 대선 후보로 재선출되는 과정을 거듭해온 결과다. 무서운 속도의 시대 변화 속에서 매 5년 뒤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그새 정치철학이 바뀔 리도, 그 안에서 보신해온 주류 문화가 달라질 리도 없다. 그래서 미국, 유럽처럼 대선에서 선택받지 못하면 차세대를 위해 물러앉는 게 맞다(트럼프는 예외다).

이재명의 당대표 출마를 말하고자 함이다. 그가 당권을 쥐게 되면 이미 거쳤던 길을 그대로 밟게 되리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난 대선 당시의 체질과 문화로 5년 뒤의 전혀 새로운 세상과 유권자를 마주하게 되는 일은 민주당을 위해서나 국가 전체를 위해서나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그는 전투적 게임과 팬덤에 익숙한 정치인이다. 다음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정치문화다. 경륜을 살려 문화를 바꾸고 새 시대의 인물을 키우는 정치적 어른의 역할을 맡는 게 옳다. 물론 그가 바뀐 모습으로 5년 뒤 다시 시대적 필요에 의해 불려나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준석 문제도 이 관점으로는 다르게 보인다. 성상납 의혹에 관한 윤리위의 판단이 어떻든 당 운영에서 그를 배제하는 수준까지는 행여 가지 않길 바란다. 이유는 단 하나다. 생태계에 강력한 이종(異種)이 나타나면 주변과 교섭하며 환경 전체를 바꾼다. 그는 낡은 보수정치의 생태계에 출현한 강력한 이종이기 때문이다. 고사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에 돌연 정치혁신의 역동적 이미지를 부여하고, 20년 집권론을 뱉던 민주당을 순식간에 또 다른 낡은 세력으로 만들어버린 게 그다. 그런 쇄신 없이 윤석열 정부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의 편향성, 엘리트주의, 차가운 공정론은 불안하다. 그래도 지역, 인맥, 계파, 연공문화를 벗겨내는 새 정치문화의 선도자라는 점에는 이의를 달기 어렵다. 정 없어 보이는 그의 언행도 이미 유권자 파워의 주력이 된 2030세대 성향의 반영일 것이다. 그의 존재가 지워지면 이른바 윤핵관 등의 행태로 보아 국민의힘은 낡은 수구 이미지로 돌아갈 것이다. MZ세대가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는 정치적 노마드 세대임을 감안한다면 국민의힘의 앞길은 뻔하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지만 기존 정치의 답습 수준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다. 벌써 그런 조짐이 나타난다. 전체 정치문화가 여전히 구체제에 토대를 뒀기 때문이다. 생태계가 바뀌어야 경쟁하는 방식도 바뀌는 법이다. 시대변화에 대한 감각과 실용적 즉응(卽應)능력, 미래 담론 경쟁으로 정치문화가 재편되는 시대적 전환은 그래서 또 다음이다. 이재명과 이준석의 거취에 주목하는 이유다.


이준희 고문
대체텍스트
이준희한국일보 고문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당신이 관심 있을만한 이슈

댓글 1,324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