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권' 탈레반에 현금 줘도 되나... 아프간 지진 피해 지원 '주춤'

입력
2022.06.23 22:00
“국제사회ㆍ구호단체, 아프간 국민 지원 바라”
WHO 등 의약품 지원… 산간벽지 구조·후송 차질
반인권주의 탓 경제제재... 구호기관, 현금 지원 꺼려

아프가니스탄 지진 피해 주민들이 23일 파크티카주 가얀 마을의 건물 잔해 속에서 구호를 기다리고 있다. 가얀=EPA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발생한 규모 5.9의 지진으로 1,000여 명이 사망하고 1,500여 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이 국제사회에 긴급구호를 요청했다. 사고 현장에는 구호기구가 보낸 의료진과 의약품이 속속 도착하고 있지만, 수색·구조 장비 부족으로 구조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국제 구호단체도 여성 탄압 등 탈레반 정부의 반인권 정책 때문에 자금 지원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탈레반이 국제사회의 일원임을 자처하며 인도적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그동안의 행적이 지원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의료진ㆍ구조대 몰려들었지만… 중장비 부족해 맨손 구조

23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탈레반 정부 고위 관리인 아나스 하카니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부는 가능한 선에서 지진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구호단체들이 비참한 상황에 놓인 아프간 국민을 지원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지진 피해가 컸던 아프간 수도 카불 남쪽 파크티카주(州), 아프간 동남부 호스트주에는 이날 세계보건기구(WHO)와 NGO(비정부기구)의 지원으로 의료진과 구조대가 몰려들었다. 이들은 헬리콥터와 수십 대의 구급차를 통해 의약품과 의료장비를 제공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유엔은 아프간에 의료팀을 파견하고 의약품을 배포했다.

피해 지역은 대부분 산간벽지여서 지진으로 낙석과 산사태가 일어났다. 무너진 주택들은 대부분 진흙과 벽돌로 지어져 지진에 더 취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폭우와 우박까지 겹쳐 잔해에 깔린 주민 구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장비 부족도 구조 속도를 늦추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프간 구조대원 상당수는 중장비가 없어 맨손으로 잔해를 치우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수색·구조팀도 현장에 파견되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 파키타주 탈레반 정부 문화정보국장 아민 후자이파는 "많은 사람이 여전히 잔해 속에 갇혀 있다"며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들을 묻기 위해 사람들이 무덤을 파고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구호기관 현금지원은 회피… 반인권 정책에 경제제재 부담

더 큰 문제는 국제 구호 단체들이 아프가니스탄에 현금 지원을 회피하고 있어, 앞으로도 중장비 등을 동원한 구조작업에 속도가 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이후 미국과 서방은 약 70억 달러의 아프간 정부 외환 계좌를 동결하고 국제 자금 지원을 차단했다. 이에 따라 구호 기관들은 탈레반과 연계된 계좌로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우려해 자금지원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서방의 경제제재의 원인인 탈레반의 반인권 정책도 구호단체의 행동을 머뭇거리게 하는 원인이다. 여성 차별 등 탈레반의 억압적인 정책이 인도적 지원을 가치로 내건 구호 기관의 지원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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