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月단위 탄력 운용... 재계·노동계 파장 예고

입력
2022.06.23 17:57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새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근로시간과 임금체계를 유연화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 대표 노동 정책인 주 52시간제 기준을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완화해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낡은 호봉제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내용도 개혁 테이블에 올렸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브리핑을 열고 △근로시간 제도 개선 △임금체계 개편을 골자로 한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이달 16일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의 후속 조치다.

고용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은 주 52시간제 개편이다. 정부는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를 통해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총량관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장근로 시간을 '월 48시간' 기준으로 판단해, 일이 많을 경우 주 12시간이 넘는 연장근로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법정 근로시간을 1주 40시간으로 정하며 연장근로는 12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고용부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주 52시간 이상 일할 수 있도록 한 정부 허가) 건수가 2020년 4,204건, 지난해 6,477건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에 주목했다. 이 장관은 "근로시간을 급격히 줄이면서 현장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외 주요국을 보더라도 주 단위 관리방식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은 6개월 단위로, 프랑스는 3개월 단위로 근로시간 평균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도별 특별연장근로 인가 건수(단위: 건)
(자료: 고용노동부)

모든 개혁은 주 52시간제라는 큰 틀 안에서 이뤄진다. 실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세계적, 시대적 흐름을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지난해 기준 1,928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20년 1,582시간)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다만 한 달 48시간에 달하는 추가 근로시간을 1, 2주 안에 모두 밀어넣는 등의 무제한 근로 행태는 근로자 건강권 침해 우려가 큰 만큼, 세계적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11시간 연속휴식권 보장' 등 보호 조치가 병행될 예정이다. 이 장관은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 당시 갈등의 중심이 됐던 해고 문제와 관련해선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해고와 관련한 내용은 현재 추진과제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는 '호봉제'로 대표되는 연공성 임금체계도 점차 개편해나갈 예정이다. 고성장 시기 장기근속 유도에는 적합했으나, 이직이 잦은 저성장 시대 노동시장에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 나아가기 위해 정부는 미국 오넷(O*net·직무별 임금정보시스템)과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다음 달 중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만들어 10월까지 4개월간 운영하기로 했다. 연구회는 노동시장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 및 의견 수렴을 통해 구체적인 입법·정책과제를 마련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개혁을 차질 없이 진행하려면 실현 가능한 것부터 손대야 한다"며 "노동시간과 임금 부분은 시급한 노동시장 개혁 핵심 변수이면서 대체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세종=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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