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잡자니 미국 경제가 죽네"... 바이든의 딜레마

입력
2022.06.23 21:00
파월, '인플레발 경기 침체' 공식화
인플레 압력, 러시아 제재 풀어야 숨통
'제재 해제=러시아 승리 용인'이 고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휘발유 가격 안정화를 위한 노력들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인플레이션발 경기 침체 가능성이 현실화하자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경제제재 수위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선거 승리를 위해선 경제를 살리고 러시아도 전장에서 패배시켜야 하지만, 경제를 위해선 제재 완화를, 전쟁 승리를 위해선 제재 강화라는 정반대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파월 연준 의장 "미국 경기 침체될 수 있다" 인정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몬테레이파크시에 위치한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6달러가 넘어 있다. 몬테레이파크=AFP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인 CNBC 등에 따르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이날 열린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으로 미국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준이 의도하지 않겠지만 당연히 침체 가능성은 있다"며 "연착륙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미 월가에서는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 확률이 높아졌다는 관측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이에 대해 미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파월 의장이 이날 처음으로 그 가능성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신속하게 나설 것"이라며 경기 침체가 오더라도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내비쳤다. 경기 침체를 피하려는 미 바이든 정부로서는 금리 인상은 피할 수 없는 '고정상수'로 생각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빠지는 것을 막으려면, 금리 인상의 단초가 된 급격한 물가 상승을 막으면 된다. 하지만 미국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 대러시아 제재라는 것을 감안하면 선택지가 크게 줄어든다. 대러 제재를 풀 경우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겠지만 사실상 러시아의 전쟁 승리를 용인하는 것과 다름없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G7과 나토 정상회의 잇단 참석..."대러 제재 속 미국 영향 최소화"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나치의 옛 소련 침공 81주년을 맞아 모스크바의 무명용사 묘소를 찾은 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얘기하고 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이달 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러시아를 향한 추가 제재를 논의해야 하는 바이든의 심경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경제 침체 위기로 중간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대러 제재 수위를 무작정 끌어올릴 수 없어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주 연속 하락해 또다시 임기 중 가장 낮은 수준인 36%를 기록했다. 이번 지지율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중 34%는 현재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를 '경제'로 꼽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선 인플레이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미 행정부 차원의 어정쩡한 대책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최근 유럽연합(EU)에 러시아산 원유 수출은 허용하되 가격에 상한을 두는 ‘가격상한제’ 구상을 제안한 것이 대표적이다. 러시아산 원유의 수출 가격이 낮아져 제재 효과를 살리면서도 공급을 증대해 고유가 상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대거 수입하는 등 현재의 제재 시스템에도 큰 구멍이 나 있는 상태에서, 미국이 추가 완화책을 내놓는 것은 사실상 제재를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40년 만에 나타난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지지율이 바닥으로 추락한 바이든 대통령은 유가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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