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경찰 지휘' 방안, 중립성 훼손 우려된다

입력
2022.06.22 04:30
27면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황정근 변호사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 통제 방안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대 자문위원, 황 변호사,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공동위원장). 연합뉴스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황정근 변호사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 통제 방안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대 자문위원, 황 변호사,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공동위원장). 연합뉴스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21일 행안부 장관의 '경찰 지휘' 업무를 보좌할 부서를 부처에 신설하고, 장관이 경찰 고위급 인사제청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 위원회를 만드는 내용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장관이 경찰청장 등 고위 경찰 징계를 요구할 권한을 갖고, 경찰이 장관에게 승인받거나 보고할 사안을 규정하는 '경찰청장 지휘규칙'을 제정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1991년 경찰법 시행 이래 독립 외청으로 운영된 경찰을, 행안부가 인사·예산·징계권을 쥐고 통제하겠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1991년 내무부(현 행안부) 치안본부였던 경찰을 독립시켜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온 경찰법 제정 취지와 상반된다.

절차적 문제도 있다. 권고안은 모두 행안부령 신설 및 개정 사항이라 국무회의를 거치면 시행할 수 있다. 정부가 여소야대 국회 반대를 피해 경찰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상위법과의 충돌은 더 큰 문제다.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 관할 사무엔 '치안' '경찰'이 포함돼 있지 않다. 정부조직법 개정 없이 추진했다간 권한쟁의심판 등 법적 분쟁을 피하기 힘든 판이다.

행안부는 경찰 수사권이 확대돼 '민주적 관리·운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타당한 지적이지만, 현행 국가경찰위원회의 경찰 통제 권한을 보장해 문제를 푸는 게 순리에 맞다. 그래야 경찰 독립성 훼손, '법 위의 시행령' 논란으로 국가 제도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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